제로인 제독 5화 : 파괴의 항아리


허무의 요일, 해가 뜨기 전.
성 아래에 있는 발리에르 공작의 별채.

양은 겨우 궁중 경비병들의 취조에서 해방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법을 쓸 수 없는 양이 푸케가 아니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기에 단순히 사정청취를 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루이즈와 공작도 목격한 사실과 피해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들은 별채에서 사라졌다.
그 후 왕궁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웠고, 아직 밤이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흙더미의 푸케가 발리에르 가의 비보를 강탈했다!』 는 소식이 트리스타니아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리에르 가의 별채에 있던 루이즈와 양의 귀에는 그런 소문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엘레오놀과 호위병들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장녀에게 달려간 공작과 루이즈는 엘레오놀이 단순히 기절해 있을 뿐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푸케의 골렘은 이미 너무 멀리 있었기에 쫓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근처의 나무 줄기에는 『다이아 도끼, 확실하게 받아갑니다. 흙더미의 푸케』 라는 표식이 남겨져 있었다.
아버지와 동생이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엘레오놀은 푸케에게 도끼를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시 졸도해버렸다. 지금은 별채의 침대에서 쉬는 중이다.

이윽고 점심때가 가까워졌다.
어젯밤의 소동으로 밤을 새다시피 한 루이즈와 양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에서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인사 대신 커다란 하품을 나누고 있었다.

“후아~암. 좋은 아침입니다, 미스 발리에르. 공작님은 어디에?”
“후 아아~암. 안녕. 벌써 성에 가셨어. 푸케의 수색대가 어떻다던가 하셨는데. 너무 졸려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엘레오놀 님은?”
“아직 자고 있어. ……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자.”

루이즈의 말을 들으며 양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아아, 드디어 돈과 인연이 없는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 이래선 너한테 치료비를 갚는 건 당분간 무리겠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루이즈는 ‘엣헴!’ 하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있다.

“그 점이라면 문제 없어!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치료비의 세 배를 주셨으니까!”

그렇게 말한 루이즈가 손뼉을 치자 별채의 메이드들이 짐 차에 놓여진 커다란 상자를 가져왔다.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안에는 에큐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럼, 약속대로 3분의 1은 네 몫이야. 고맙게 받으라고!”
“아, 응. 고마워. 과연 발리에르 공작께선 통이 크시구나.”

양은 속으로 자기가 섬기는 주인을 루이즈가 아닌 발리에르 공작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5화 : 파괴의 항아리





5화 : 파괴의 항아리
by 시대유감 | 2008/06/25 20:59 | 자주번역 | 트랙백 | 덧글(4)
제로인 제독 4화 : 흙더미의 푸케

“야, 부탁 좀 하자니까~ 잠깐만 보자! 잠깐만, 응?”
“안~돼!! 저건 양의 물건이야. 다시 말해서, 발리에르 가의 물건이기도 하다고!”

마법학원의 저녁 무렵. 승마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루이즈의 방 앞에선 드물게도 퀴르케가 루이즈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퀴르케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루이즈도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고는 퀴르케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래도 좀 어떻게 보여줄 수 없을까? 응? 부탁이야!”

퀴르케는 이제 양손을 모아 루이즈에게 비는 시늉까지 하면서 머리를 꾸벅 꾸벅 숙이고 있다.

“아, 정말…… 적당히 좀 해! 저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면, 간단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 거 아냐!? 무엇보다 그 물건은 지금 여기엔 없다고. 도난의 위험이 있으니까 보물 창고 안에 있어. 이젠 됐니? 자,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

문 앞에서 루이즈에게 애걸복걸 하고 있던 퀴르케는 고양이처럼 쫓겨났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섹시하고. 커다란 고양이었지만.
‘쾅!’ 하고 문을 닫고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는 양에게 루이즈는 기분이 나빠진 듯 소리를 질렀다.

“너도 책만 읽지 말고 쟤들 떨궈낼 방법 좀 생각해 봐!”

양은 느긋하게, 한 마디만 했다.

“무릴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수준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양의 태도에 루이즈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무리라고 한 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잖아! 저런 큼지막한 다이아는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고! 게다가 잘라서 팔 수도 없고…”
“아무래도 할케기니아의 기술 수준으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겠지. 그럼 『연금』 의 마법을 걸어보면 어떨까?”
“그럼 가치가 없어지잖아! 저 도끼의 본체도, 다이아도 양쪽 모두 엄청난 가격으로 팔릴 게 분명하다니까?”






4화 : 흙더미의 푸케



4화 : 흙더미의 푸케
by 시대유감 | 2008/06/24 12:38 | 자주번역 | 트랙백 | 덧글(0)
제로의 사역마 13권.

  • 앙리에타는 루이즈한테 한대 맞고 이제 개념 좀 잡혔나 했더니 그냥 답이 없는 듯. 얘한테 충성하는 아녜스가 안됐음.
  • 어째 이번 권은 단체로 정신줄 놓은 사람들의 이야기 같음. 앙리에타도, 교황도, 심지어는 사이토도 정신줄 놓고 있음.
  • 사이토는 사실 정신줄을 놨다기 보단 원래 애가 단순한 거지만, 단순해도 너무 단순함. 뇌 용량이 혹시 2MB 아님?
  • 놀랍게도 이번 권 최고의 개념인이 루이즈임. 앙리에타의 웃기지도 않는 설득도 결국 튕겨내고 혼자 자폭하려는 거 보면 나름 찡함.
  • 이걸로 허무맨은 네 명 다 나왔고, 사역마도 세 명 나왔음. 죠제프는 사실 흑막이 따로 있지 않을까 했는데 자기가 허무맨.
  • 교황 성 에이지스 32세. 꽃미남이긴 한데 얘도 정신줄 확실히 놓은 애임. 좀 특이한 거라면 신한테 정신줄을 놨다는 거.
  • 성지 탈환 떡밥 등장. 이것도 이제 제로마 세계관의 메인 이벤트로 자리잡게 생겼음. (이거 나온 SS만 세어봐도 꽤 될듯)
  • 사이토 신무기 추가. AK 소총과 타이거 탱크. 이제 점점 소년만화식 불살의 맹세를 지키기 힘들게 됐는데, 안 죽는 데라도 노려서 쏠 셈인가?
  • 교황의 허무는 예상대로 게이트의 오픈. 이걸로 사이토에겐 확실한 귀환의 가능성이 열렸고, 그건 이 소설 쫑날 날도 가까워졌단 얘기.
  • 루이즈는 마지막에 교황에게 협력하기로 했지만 아무리 봐도 교황이 그리 쉽게 문을 열어 줄 것 같진 않음. 얘도 정신줄 놓은 애라서.
  • 사실 여성진 중 제일 머리 좋은 애는 퀴르케나 타바사가 아닐까 싶음. 루이즈도 머리가 나쁜 건 아니지만 너무 순진함.
  • 교황이 허무를 쓰니까 노트북의 무선랜이 되던데, 일본은 전국에 무선랜을 까는 데 성공하기라도 했나?
  • 앙리에타와 교황이 루이즈를 꼬드기는 장면은 그야말로 구라와 궤변의 경연장. 얘네들 정말 좋아질래야 좋아질 수가 없다.
  • 특히 앙리에타는 '양심 좀 버리고 살면 어떤가효? ㅋㅋ' 같은 대사까지 하는지라 남은 팬들도 다 떨어져 나갈 것 같음.
  • 시조 브리밀은 거의 신급 취급을 받고 있는데, 델브링거의 대사를 보면 실존했던 인물임이 분명한 듯하다. 이 양반은 뭥미?
  • 그리고 '브리밀 교' 는 시조 브리밀과 별개로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신이 존재하는 모양. 근데 이름은 왜 브리밀 교?
  • 14권에서 사이토 부활해 루이즈랑 다시 짝짜꿍할 건 뻔할 뻔자니까 넘어가고, 지금 내 머릿 속은 교황의 능력에 관한 망상으로 가득.


  • 사실 교황의 능력은 세계문을 여는 게 아니라 할케기니아에 '무선 인터넷' 을 까는 것이었다! (1)
  • 하지만 무선랜을 깔아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사이토밖에 없다면 장사가 안 되므로 교황은 할케기니아에 노트북을 팔기 시작. (2)
  • 현실세계 - 할케기니아를 잇는 내가패쓰 로말리아 서비스 런칭. 빌 게이츠 할케기니아 방문. 교황과 악수. (3)
  • 앙리에타 무선랜 서비스 가입. 네이버에서 자기 까는 덧글 달리는 거 보고 충격받아 히키코모리化. (4)
  • 교황 재벌 등극. 사이토는 무선랜 공짜로 터주겠다는 말에 혹해서 루이즈와 로말리아 망명. (5)
  • 엄마랑 화상채팅 하면서 소식 주고받는 사이토. 살림은 로말리아에서 차림. 애가 둘. 해피 엔드. (6)
  • 콜베르 디씨인사이드 가입. 처음에는 예의바른 네티즌이었지만 반년도 지나지 않아 전설의 키워로 떠받들어짐. (7)
  • 로말리아 교황 폭탄선언 "사실 내 ID는 씨벌교황이다" -> 전세계 네티즌 OTL (8)
  • 로마 교황 반격 "저놈은 유동닉이다. 고정닉은 나다" -> 세계 3차대전 발발, 인류 멸망, 북두허무권 전승자 켄시로 스타트 (9)

 

  • 이제 최후의 떡밥은 과연 티파니아의 사역마는 누가 될 것이며, 그 능력은 어떤 것일까에 관한 것.
  • 별 이유는 없지만 사이토가 티파니아의 사역마를 겸하는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능력 두 배에 패널티 두 배면 OK?
  • 교황의 사역마로 밝혀진 쥬리오. 모든 동물을 부릴 수 있다면 티라노 사우르스 데려오는 거 아닌가 싶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 앞으로는 정신줄 놓은 사람들끼리 싸워서 멀쩡한 사람들 죽어나가는 이야기가 될듯. 앙리에타, 교황, 죠제프 누구 하나 정상이 없다.
  • 티파니아는 아직 스펠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변수라고 할 수 있음. 어떤 의미에선 이 아가씨가 앞으로의 제로마를 책임질 인재.
  • 이거 라이센스가 거의 한달에 한권씩 찍혔는데 이건 번역하신 윤영의씨가 왼손의 마술사이시거나 저장분량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히로인은 시에스타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얘가 최종승자의 자리를 꿰찰 것 같지는 않으니 그저 안습.
  • 하여튼 타바사의 모험 2권에서 다시 만납시다.

by 시대유감 | 2008/06/22 23:04 | 만화 이야기 | 트랙백 | 덧글(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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