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무의 요일, 해가 뜨기 전. 성 아래에 있는 발리에르 공작의 별채. 양은 겨우 궁중 경비병들의 취조에서 해방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마법을 쓸 수 없는 양이 푸케가 아니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기에 단순히 사정청취를 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루이즈와 공작도 목격한 사실과 피해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들은 별채에서 사라졌다. 그 후 왕궁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웠고, 아직 밤이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흙더미의 푸케가 발리에르 가의 비보를 강탈했다!』 는 소식이 트리스타니아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리에르 가의 별채에 있던 루이즈와 양의 귀에는 그런 소문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 다행히 엘레오놀과 호위병들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장녀에게 달려간 공작과 루이즈는 엘레오놀이 단순히 기절해 있을 뿐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푸케의 골렘은 이미 너무 멀리 있었기에 쫓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근처의 나무 줄기에는 『다이아 도끼, 확실하게 받아갑니다. 흙더미의 푸케』 라는 표식이 남겨져 있었다. 아버지와 동생이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엘레오놀은 푸케에게 도끼를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시 졸도해버렸다. 지금은 별채의 침대에서 쉬는 중이다. 이윽고 점심때가 가까워졌다. 어젯밤의 소동으로 밤을 새다시피 한 루이즈와 양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에서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인사 대신 커다란 하품을 나누고 있었다. “후아~암. 좋은 아침입니다, 미스 발리에르. 공작님은 어디에?” “후 아아~암. 안녕. 벌써 성에 가셨어. 푸케의 수색대가 어떻다던가 하셨는데. 너무 졸려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엘레오놀 님은?” “아직 자고 있어. ……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자.” 루이즈의 말을 들으며 양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아아, 드디어 돈과 인연이 없는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 이래선 너한테 치료비를 갚는 건 당분간 무리겠구나.” 그와는 대조적으로 루이즈는 ‘엣헴!’ 하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있다. “그 점이라면 문제 없어!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치료비의 세 배를 주셨으니까!” 그렇게 말한 루이즈가 손뼉을 치자 별채의 메이드들이 짐 차에 놓여진 커다란 상자를 가져왔다.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안에는 에큐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럼, 약속대로 3분의 1은 네 몫이야. 고맙게 받으라고!” “아, 응. 고마워. 과연 발리에르 공작께선 통이 크시구나.” 양은 속으로 자기가 섬기는 주인을 루이즈가 아닌 발리에르 공작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물론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 5화 : 파괴의 항아리 5화 : 파괴의 항아리 ![]() “야, 부탁 좀 하자니까~ 잠깐만 보자! 잠깐만, 응?” “안~돼!! 저건 양의 물건이야. 다시 말해서, 발리에르 가의 물건이기도 하다고!” 마법학원의 저녁 무렵. 승마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루이즈의 방 앞에선 드물게도 퀴르케가 루이즈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퀴르케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루이즈도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고는 퀴르케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래도 좀 어떻게 보여줄 수 없을까? 응? 부탁이야!” 퀴르케는 이제 양손을 모아 루이즈에게 비는 시늉까지 하면서 머리를 꾸벅 꾸벅 숙이고 있다. “아, 정말…… 적당히 좀 해! 저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면, 간단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 거 아냐!? 무엇보다 그 물건은 지금 여기엔 없다고. 도난의 위험이 있으니까 보물 창고 안에 있어. 이젠 됐니? 자,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 문 앞에서 루이즈에게 애걸복걸 하고 있던 퀴르케는 고양이처럼 쫓겨났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섹시하고. 커다란 고양이었지만. ‘쾅!’ 하고 문을 닫고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는 양에게 루이즈는 기분이 나빠진 듯 소리를 질렀다. “너도 책만 읽지 말고 쟤들 떨궈낼 방법 좀 생각해 봐!” 양은 느긋하게, 한 마디만 했다. “무릴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수준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양의 태도에 루이즈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무리라고 한 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잖아! 저런 큼지막한 다이아는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고! 게다가 잘라서 팔 수도 없고…” “아무래도 할케기니아의 기술 수준으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겠지. 그럼 『연금』 의 마법을 걸어보면 어떨까?” “그럼 가치가 없어지잖아! 저 도끼의 본체도, 다이아도 양쪽 모두 엄청난 가격으로 팔릴 게 분명하다니까?” 4화 : 흙더미의 푸케 4화 : 흙더미의 푸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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