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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afe Freedom</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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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씁쓸함도, 달콤함도 모두 있습니다. 어떤 맛을 원하십니까?</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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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Date>Fri, 04 Jul 2008 10:30:53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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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afe Freedom</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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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씁쓸함도, 달콤함도 모두 있습니다. 어떤 맛을 원하십니까?</descri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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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제로인 제독 7화 : 성지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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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자주번역</category>
		<pubDate>Fri, 04 Jul 2008 10:30:53 GMT</pubDate>
		<dc:creator>시대유감</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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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제로인 제독 관련 공지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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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p><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8.egloos.com/pds/200806/27/48/a0008948_486477deb4653.jpg" width="450" height="361"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8.egloos.com/pds/200806/27/48/a0008948_486477deb4653.jpg');" /></div><br><br>원래 매일 1화씩 작업하려고 했고 지금까지는 거의 지켜왔습니다만, 이제부턴 2~3일에 1화씩 올라가게 됩니다.<br>왜냐면 제가 너무 피곤하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7화는 아마 내일이나 모레쯤 끝나지 않을까 합니다.<br><br>원문은 공백 포함해 1화당 A4로 15~20장 정도입니다만 제가 실력이&nbsp;없어서 대충 5~6시간 가량이 걸립니다.<br>아무래도 팬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하다보니 좀 조심스러워지는 것도 있고, 기왕 취미삼아 하는 거니 이리저리 신경도 쓰이네요.<br><br>그리고 오늘 드디어 25화가 떴더군요. 제목은 [그 때, 무대 뒤에서는]. 연중으로 끝날 걱정은 안 해도 될 모양입니다.<br>거의 보름 넘게 걸려서 다음 화가 나왔습니다만, 지금 피곤해서 읽어볼 겨를이 없네요.<br>폭탄주가 밉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br><br>- 25화 미리니름 :<ul><li>앙리에타에게는 약간의 변호가 이루어지는 듯.<li>은영전 인물들 대거 등장. 라인하르트, 율리안, 포플런,&nbsp;오벨슈타인, 샤프트,&nbsp;힐데가르드, 프로이라인, 로이엔탈, 비텐펠트&nbsp;등. 유명인은 거의 다 나왔음.<li>양을 찾고 있으며 평행세계로 넘어갈 순 있지만 돌아갈 순 없다는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음.<li>은영전 인물들은 24화의 전투를 보았으며 루이즈가 허무로 성당을 날려버리는 모습에 놀람.<li>트리스테인 사람들은 거의&nbsp;OTL 하는&nbsp;분위기. 그냥 카오스임.<li>루이즈 허무 = 익스플로전 GET. 하지만 기도서 (= 스펠북) 를 찢어 버렸음. (복구될 것 같긴 함)<li>양의 암살을 시도했던 지구교도들은 라인하르트의 분노를 사 캐관광 당하고 있음.<li>은영전 인물들은 무인기를 보내 양과 연락을 취하고 그를 도우려 함.</li><li>양은 롱빌, 시에스타, 루이즈, 발리에르 공작 부부 등과 함께 실피드에 타고 트리스테인 성으로. 아마 타바사도 있을 듯.</li><li>비텐펠트 "제2지구 (= 할케기니아) 조사대에 지원하겠음. 미지의 땅에 은하제국의 깃발을 꽂을 명예 양보할 생각 없음." -&gt;&nbsp;통신병 "못 돌아온다니까 이 양반이..."</li><li>사실상 은영전판 KOF. 심지어 라인하르트는 '아 나도 가고 싶다 판타지 세계 (...)' 같은 생각도 하고 있음.</li><li>양의 위치는 추적되고 있음. (사실상 생방송 24시 분위기) 게이트를 점점 넓히려는 모양인데, 나중엔 정말 전함 집어넣을 거 같음.<p></p></li></ul><p><br>한줄요약 : 포스팅 거리가 없을 땐 땜빵을 하면 좋다.</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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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프리토크</category>
		<pubDate>Fri, 27 Jun 2008 05:18:00 GMT</pubDate>
		<dc:creator>시대유감</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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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제로인 제독 6화 : 롱빌의 사정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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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7.egloos.com/pds/200806/26/48/a0008948_486360d4a6e54.jpg" width="450" height="301"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7.egloos.com/pds/200806/26/48/a0008948_486360d4a6e54.jpg');" /></div><br><br><strong><span style="FONT-SIZE: 130%">6화 : 롱빌의 사정<br></span></strong><br><br>롱빌은 그의 말에 놀라지도, 화를 내지도 않았다.<br>그저 양 앞에 서있을 뿐이었다. 상반신을 오므리고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면서.<br>그녀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br><br>“…… 어째서 제가 푸케라는 건지, 이유를 가르쳐 주시겠습니까?”<br><br>양도 천천히, 말을 고르기라도 하듯이 대답했다.<br><br>“뭐, 우선은…… 여기에 왔다는 게 이유로군요. 나한테 어지간히 볼일이 없는 한, 이런 비상시에 불렀다고 순순히 왔을 리가 없지요.”<br>“어머머? 보물 창고의 케이스 속에 있는 『파괴의 항아리』 를 본 적이 있을 리가 없는 당신이 어떻게 그 문양을 알고 있는지…… 그게 궁금해서 왔을 뿐이에요.”<br>“과연, 그건 그렇게 둘러댈 수도 있겠군요.”<br><br>롱빌은 생긋이 웃어 보이며 반론했다.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br>그리고 양에게서도 이미 평상시의 멍청한 분위기는 사라져 있었다.<br><br>“좀 긴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괜찮으실지? 그리고 만약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사양 말고 말씀해 주세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전 마법이나 이 나라에 대해선 잘 모르니까요.”<br>“알겠습니다. 시작하세요.”<br><br>롱빌의 재촉에 양은 이야기를 꺼냈다.<br><br><br /><br /><br><br>“처음부터 신경이 쓰였던 건 『어떻게 푸케가 도끼를 훔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발리에르 가의 장녀가 탄 마차에 도끼가 실려 있다는 걸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요?”<br>“글쎄요? 아무래도 푸케는 신출귀몰하니까요.”<br><br>롱빌은 딴청을 부리는 양 어깨를 추켜올리며 몸을 움츠렸다.<br>양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말을 이었다.<br><br>“그건 푸케가 왕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왕궁에서 엘레오놀 씨가 도끼를 가져갔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습격할 수 있었던 거죠.”<br>“어머, 그럼 푸케는 미리 왕궁에 숨어들어 있었던 거군요?”<br>“네, 말씀대롭니다. 그리고 왕궁을 나선 엘레오놀 씨의 마차를 남몰래 뒤쫓았던 거죠.”<br><br>고개를 끄덕이는 양에게 그녀는 대담하고 겁 없는 미소를 띄우며 반론한다.<br><br>“하지만, 어쩌면 왕궁에 숨어들어갔던 건 푸케의 사역마 뿐인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사역마와 감각을 공유해서 도끼를 가진 사람을 보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원견 (遠見, 역자 주 : 먼 곳을 봄)』 의 마법을 사용했을 수도 있죠.”<br><br>그 반론에 양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br><br>“그러나 우리가 도끼를 언제, 어디로 가져갈 것인지 까지 미리 알아낸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미스 발리에르와 전 요전 날 저녁 무렵에 느닷없이 왕궁에 불려갔던 거니까요. 도끼를 넘겼던 방에 사역마처럼 보이는 생물은 없었습니다. 도끼를 케이스에서 꺼낸 건 그 방에 있을 때 뿐이었고요.”<br>“그래도 뭐… 왕궁 깊숙한 곳까지 잠입해 있었다면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겠죠.”<br><br>롱빌은 팔짱을 끼고 양의 추리에 코웃음을 쳤다.<br><br>“네,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 경우에 푸케는 왕궁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었거나, 그게 아니면 왕궁에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겠죠. 하지만 그래서는 뭔가 의심스러운 구석이 남습니다.”<br>“뭐가… 말이죠?”<br><br>롱빌은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br><br>“푸케는 도끼를 빼앗은 바로 다음 날에 학원을 습격하고 『파괴의 항아리』 를 훔쳐갔습니다. 이건 어째서일까요?”<br>“글쎄요… 영문을 모르겠는걸요?”<br><br>고개를 기울이고 있다가 천천히 자세를 바로잡은 롱빌은 방심하지 않고 양의 모습을 응시한다.<br><br>“학원에서 왕궁에 가는 도중에 당신 스스로 이야기했었죠? 푸케가 노리는 건 『귀족이 가진 강력한 마법이 부여된 매직 아이템』 이라고. 내가 가진 도끼는 마력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고, 소유주인 저는 평민입니다. 보통 푸케가 타겟으로 삼는 대상에서 벗어나 있죠. 결국 푸케가 정말로 노리고 있던 건 『파괴의 항아리』 였던 겁니다. 그러니까 사실 도끼를 훔칠 이유는 없었죠.”<br>“하지만 푸케는 실제로 도끼를 훔쳐갔잖아요?”<br>“네, 훔쳐갔죠. 그 도끼의 소유자가 저에서 발리에르 가, 아니, 트리스테인 왕가로 바뀌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죠. 그리고 다음 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학원을 덮쳤습니다. 즉, 푸케는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내가 도끼를 발리에르 본가나 왕궁에 팔아 넘기는 걸요. 우리들과 줄곧 함께 학원에서 성으로 가면서 말이죠. 아마 그 도끼를 골렘에게 휘두르게 해서 보물 창고의 벽에 구멍을 뚫었겠죠. 도끼를 훔친 건 보물 창고를 부수는 데 쓰기 위해서였을 테니까요.”<br>“저런, 그거 이상하네요. 조금 전에 당신은 『푸케는 왕궁에 있다』 고 말하지 않았나요?”<br><br>킥킥거리며 웃지만, 변함없이 눈은 웃지 않는 롱빌.<br>그녀의 차가운 눈빛을 받아내면서도 양은 아무렇지 않게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br><br>“네, 맞아요. 문제는 『푸케는 왕궁과 학원 중 어느 쪽에 있었는가?』 하는 거죠. 어떻게 생각해 봐도 학원과 왕궁 양쪽에 있어야만 도끼를 훔칠 수가 있습니다. 만약 왕궁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다면 학원의 당직 교사가 늘 방심하고 있으며, 밤에는 당직을 서지 않고 잠이나 퍼자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었겠죠. 보물 창고가 위치한 곳이나 벽의 강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고요. 하지만 푸케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끼를 훔치고 당당히 학원의 벽을 부수고서 『파괴의 항아리』 를 가져갈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까 푸케는 학원과 왕궁 양쪽에 있었던 인물이 되겠죠.”<br><br>롱빌은 입가만 움직여 미소 짓는 걸 그만두었다.<br>대신 가슴께에 놓아둔 자기의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br>그래도 양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움직이려고도 하지 않았다. <br>그가 움직이고 있는 건 오직 입 뿐이었다.<br><br>“학원에 있던 인물 중에 도끼의 행방에 대해서, 왕궁의 방 안에서 도끼의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사실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사람은 셋뿐입니다. 나하고 루이즈, 그리고 부탁한 적도 없는데 성까지 따라왔던 당신이죠. … 미스 롱빌. 아니, 『흙더미의 푸케』 씨.”<br><br>푸케의 지팡이가 양에게 똑바로 내밀어졌다.<br>양을 바라보는 눈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자비도 없다.<br>그런데도 양은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지팡이가 눈에 보이지 않기라도 하는 것처럼 담담하게 입을 연다.<br><br>“이제 반론은 그만둔 건가? 그거 말고도 범인이 한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나 예전에는 학원에서 일했었지만 지금은 왕궁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도 있는데? … 뭐, 한 없이 낮은 가능성이겠지만.”<br>“시끄러워! 아아, 그래… 내가 『흙더미의 푸케』 다! 자, 그럼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자고.”<br><br>비서는 지적인 얼굴을 보기 흉하게 일그러뜨리고는 분하다는 듯 독설을 퍼부었다.<br><br>“그럼 됐군. 이제 당신이 푸케라는 게 증명되었으니 순순히 항아리와 도끼를 돌려줬으면 하는데.”<br>“싫다… 고 한다면?”<br><br>살의를 머금은 미소가 단정한 여인의 얼굴을 뒤틀리게 한다.<br><br>“그렇게 되면 뭐 어쩔 수 없지.”<br><br>양은 푸케의 눈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선언했다.<br><br>“쫓아가지 않을 테니까 도망쳐도 돼.”<br>“뭐!??”<br><br>푸케의 입은 크게 벌어진 채 닫힐 줄 몰랐다.<br>다시 한 번 충분히, 양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br>그렇지만 아무리 봐도 농담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br><br>“쪼, 쫓아가지 않을 테니 도망치라니… 당신,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야!?”<br>“당연하지. 잘 생각해 보라고. 내가 너랑 열심히 싸운 끝에 붙잡아서 항아리랑 도끼를 되찾는다고 해도 무슨 이득이 있지?”<br>“뭐, 뭐!? 아니, 무슨 이득이 있냐니…”<br><br>푸케는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양이 자기를 붙잡으면 어떤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br>뭔가 자기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br><br>“그거야 왕궁에서 보상금이 나오고, 명예와 명성을 얻고, 그리고… 항아리는 어떡할 건데!? 위험한 물건이라고 해서 이렇게 일부러 돌려받으려고 온 거잖아!? 그리고 도끼도, 그만큼 비싸게 팔릴 물건을 내가 가지고 도망치게 놔둘 리가 없겠지!”<br><br>그런 푸케의 곤혹스러움과는 반대로 양은 찬찬히, 그리고 천천히 대답했다.<br><br>“보상금이고 명예고 어차피 나한테 떨어질 것들은 아냐. 난 루이즈의 사역마니까 그런 건 모두 루이즈의 것이 되겠지. 그리고 난 그 아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 아이의 돈과 명예 따위를 위해서 너랑 목숨 걸고 싸울 생각은 없어. 물론 루이즈가 내 생명의 은인이긴 해도 치료비는 벌써 배로 갚았고, 발리에르 가의 셋째 따님께 굳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할 리는 없지. 무엇보다 난 평민이라 귀족의 명예 같은 거엔 관심이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내 스스로가 명예라는 것에 별다른 가치를 느껴본 적이 없기도 하고.”<br><br>할케기니아의 상식을 똘똘 뭉쳐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듯한 양의 대답을 듣고 푸케는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팡이를 쥔 손의 힘도 쭉 빠지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br>대화를 이어간 건 양이었다.<br><br>“그리고 도끼 말인데, 그건 너도 알다시피 벌써 왕궁에 팔았어. 이젠 내 것이 아니지. 그러니까 어찌되든 알 바 아냐. 도끼를 도둑맞았으니 왕궁에서 대금을 안 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대금을 받는 건 발리에르 공작 가문이지. 나한테는 작게 떼서 매달 봉급처럼 주어지게 되어 있어. 다시 말해 나한테 돈이 올지 안 올지는 공작 맘대로야. 유감이지만 평민 입장에서 여기에 불평이나 불만을 표시할 순 없겠지. 확실히 네 말대로 도끼를 되찾는다면 목돈을 만질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얘기긴 해. 하지만 목숨 걸면서까지 그럴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드는걸. 오히려 돈이 탐나서 발리에르 가에 발이 묶이지나 않을까 하는 게 내 입장에선 더 큰 문제야. 왜냐면 이미 공작에게 목돈을 받았거든.<br>그리고 그 도끼는 항아리랑은 달라서 위험한 물건까지는 아니야. 알아서들 팔던가 굽던가 삶던가 맘대로 하라고들 해. 아, 말해두겠는데 그 도끼를 가공할 방법은 나한테 물어봐도 몰라. 그건 절대로 부서지지 않는다는 걸 전제조건으로 해서 만들어진 무기거든. 전장에서 적과 육탄전을 하다가 손에 든 무기가 부서졌다고 하면 절대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연금』 의 마법을 써서 성질을 바꿔버린다면 또 모르겠지만, 아마 어지간히 신경 쓰지 않으면 도끼가 다이아째로 펑~ 하고 터져버릴 테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걸.”<br><br>이제는 생글생글 웃으며 즐거운 듯 이야기하고 있는 양.<br>푸케는 힘이 빠져 휘청거리고 있었다.<br><br>“이제 제일 중요한 항아리 이야기가 남았네. 그거 아까도 말했지만 아주 위험한 물건이야. 제대로 쓸 수 있다면 말야. 그렇지만 그런 위험한 물건을 무심코 써버리기라도 하면 누구든지 곤란하니까 절대 실수로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엄중한 안전장치가 걸려 있어. 그러니까 웬만한 사람은 쓸 수가 없지. 실제로도 여기에서 그 항아리는 아무도 사용법을 몰라서 장식품 신세였었지? 그럼, 만약에 네가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는 격으로 우연히 사용하게 된다면 어떨까? 그 땐 그 항아리를 사용한 사람이, 즉, 네가 주변의 폭발에 휘말려 들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거야. 결국 넌 그 항아리를 팔 수가 없어. 위험하니까 만지지도 못하겠지. 트리스테인 마법 학원의 비보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물건이 되어버렸으니 이를 어쩌나?”<br><br>푸케는 양에게 향해져 있던 팔을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br><br>“그럼, 그럼… 당신은 뭐 하러 날 여기로 부른 건데!?”<br>“널 위해서지. 위험한 물건이니까 어설프게 항아리에 손대지 말라고 충고하러 온 거야.”<br><br>그녀의 입이 벌어진 채 닫히지 않는 걸 보면 턱까지도 힘이 빠진 모양이다.<br><br>“그럼, 내가 할 말은 끝났으니 이제 도망쳐도 돼. 나는 쫓아가지 않을 테고 다른 사람에게 네가 푸케라는 사실을 말할 생각도 없으니까. 그쪽도 도끼를 얻었으니 이제 수확은 충분하겠지?”<br><br>양은 베레모를 고쳐 쓰고는 푸케의 옆을 지나쳐 학원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br>그러나 양의 등 뒤에서 푸케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땅을 밟아 짓이기는 소리가 들려왔다.<br><br>“… 거기 서.”<br><br>푸케의 목소리에 양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만 돌려 그녀를 보았다.<br>뭔가 각오를 굳혔는지 기합을 고쳐 넣고 지팡이를 양에게 들이댄 푸케의 모습이 보였다.<br><br>“아직도 뭔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라도 있나?”<br>“있어.”<br>“흐음, 뭔데?”<br>“두 가지. 하나는 당신한테서 항아리의 사용법을 캐내면 항아리를 팔 수 있다는 거. 그리고 또 하나는, 내 정체를 알아버린 사람을 살려둘 수는 없다는 거야!”<br><br>자세를 고쳐 잡은 푸케는 살의를 담아 양에게 지팡이를 들이대었다.<br>그러나 그래도 양은 푸케에게 등을 돌린 채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br><br>“나도 입은 무거운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웬만하면 믿어줄 수 없을까?”<br>“사람이란 언제 맘이 변할지 모르는 동물인 걸.”<br><br>양은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주의를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br><br>“그럼… 항아리의 사용법을 캐낸 다음에는 어쩔 건데?”<br><br>양의 물음에 푸케는 ‘으윽’ 하고 작게 끙끙거렸다.<br>푸케를 대신해서 양은 한숨 섞인 대답을 들려주었다.<br><br>“역시, 죽일 수밖에 없겠지? 그럼, 항아리의 사용법을 알려줘 봤자 나한테 좋을 건 없군.”<br>“… 그렇다면 당신, 지금 나한테 살해당할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네?”<br><br>이번에야말로 푸케는 웃었다. 살의가 담긴 우월감을 띠고서.<br>양은 상반신만 움직여 슬쩍 푸케를 돌아보았다.<br>그리고 이번에는 냉담하게, 나무라듯이 말을 꺼냈다.<br><br>“네가 날 죽인다면 내 시체가 발견되겠지. 만약 시체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갑자기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고 생각할 테고. 그럼 메이드들이 증언을 할 텐데, 그렇게 되면 분명히 내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나와 함께 있었을 미스 롱빌도 실종되었다는 걸 알게 돼지. 이미 푸케에 의해 연거푸 발생한 발리에르 가 주변의 범행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있어. 자, 그러면 나와 같은 추리를 한 사람이, 네 인상착의를 그림으로 그려서 할케기니아 전역에 방을 붙이는 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br><br>푸케의 팔에서 다시금 힘이 빠져 지팡이를 든 손이 아래로 쳐지고 말았다.<br><br>“그래도 날 죽이고 싶다면 상대는 해 주겠지만… 어떤 마법에도 상처 하나 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한 도끼, 그리고 그 도끼와 같은 기술로 만들어진 총의 위력이 과연 어느 정도일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은가?”<br><br>양의 오른손이 점퍼 왼쪽 가슴 주머니에 넣어진 빔 총에 닿는다.<br><br>푸케는 겁을 먹고 엉덩방아를 찧었다. 꼴사납게 주저앉고 말았다.<br>양은 침착하게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br>그리고 그녀에게로 걸어가서는, 웃으며 한쪽 손을 내밀었다.<br><br>“항아리와 도끼, 돌려주겠어?”<br><br>푸케는 힘없이 머리를 위 아래로 끄덕였다.<br>양은 그녀의 손을 잡고는 부드럽게 일으켜 주었다.<br><br>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학원으로 걸어가는 양의 뒤를 푸케. 즉, 롱빌이 터벅터벅 따라가고 있다.<br><br>“이봐, 당신 말야.”<br>“어, 뭔데?”<br><br>롱빌은 고개를 숙이고는 눈만 위로 올려 떠 양을 바라보았다.<br><br>“이렇게 수고스럽고 위험한 일 벌이지 않았어도 당신이라면 날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거 아냐?”<br>“으음, 쉽게 잡는 건 아무래도 힘들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말야.”<br><br>양은 뒤를 돌아보고는 가볍게 눈을 찡긋했다.<br><br>“그 도끼에 대해서 가르쳐 줬던 보답으로 이번만큼은 눈감아 줄 테니까 안심하라고.”<br><br>롱빌은 ‘후우우…’ 하고 성대한 한숨을 내쉬고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br><br>학원에 돌아가는 길에 양은 롱빌에게 파괴의 항아리를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었는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br><br>―― 『근처에 사는 농민에게 물어서 푸케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걸어서 반나절, 말을 타고 네 시간 걸리는 곳에 있는 숲의 폐가에 숨어있던 새까만 로브를 걸친 남자를 발견했어요. 그가 바로 푸케고, 폐가는 푸케의 은신처였습니다!』 하고 거짓말을 해서 양을 끌어내어 골렘으로 덮쳐 파괴의 항아리의 사용법을 캐물을 생각이었다. ――<br><br>라고 대답했다.<br><br>롱빌의 말을 듣자마자 양은 대체 무슨 근거로 새까만 로브를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남자가 폐가에 숨어 있다고 해서 그게 푸케라고 잘라 말할 수 있는지, 말을 타고 네 시간이나 걸리는 곳의 자세한 정보를 어떻게 하면 다들 일어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아침 나절에 손에 넣을 수 있는지 설명이나 좀 들어 보자며 그녀를 계속 놀려대었다.<br><br>롱빌은 한층 더 풀이 죽고 말았다.<br><br><br><br>이런 저런 일이 있고 나서 숲 속으로 푸케 수색대 일행의 짐마차가 달려갔다.<br>마부는 롱빌이었고, 짐칸엔 루이즈, 양, 퀴르케, 타바사가 타고 있었다.<br>그들은 느긋하게 잡담을 하며 숲 속의 폐가로 향했다.<br><br><br>보물창고로 돌아간 양과 롱빌은, 그녀가 꾸며낸 이야기에 조금 살을 붙여서 교사들에게 들려주었다. 그건 『예전부터 정체불명의 메이지가 드나들고 있던 폐가가 있다고 농민들이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주변에 거대한 골렘이 목격되었다는 소문도 있고요. 시험 삼아 조사해보지 않겠습니까?』 라는 대단히 애매한 제안이었다.<br><br>교사들은 그런 확실치 않은 정보로는 움직일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 푸케랑 마주치거나 하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 대신 푸케를 반드시 잡고 말겠다고 용감하게 지팡이를 치켜드는 루이즈와 발리에르 가문에는 질 수 없다는 퀴르케, ‘걱정.’ 하고 한 마디만 하고는 따라온 타바사, 그리고 양과 롱빌이 가게 된 것이다.<br><br>교사들도 그들이 설마 푸케와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파괴의 항아리』 와 도끼를 찾아내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는 조사를 허가했다.<br><br><br>양 일행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숲의 폐가에 도착했다.<br>폐가 안에서는 어이없게도 『파괴의 항아리』 와 로젠리터의 도끼가 발견되었다.<br>사정을 알지 못하는 루이즈, 퀴르케, 타바사는 『이렇게 쉬워도 되는 거야?!』 하고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다.<br><br>양은 재빨리 『파괴의 항아리』 에 달려가 상태를 확인했다.<br>금속으로 된 항아리의 표면에는 은하제국군의 문장인,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가 날개를 편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br>그 외에도 제국 공용어로 이런저런 경고문과 주의사항이 쓰여있다.<br>그리고 항아리의 위에 있는 밸브와, 안전장치의 전자식 자물쇠와, 자동식 계량기를 조사해 보았다.<br><br>그런 양의 모습을 보고 여성 팀은 흥미가 동한 모양이다.<br>롱빌이 조심조심 뒤쪽에서 말을 걸었다.<br><br>“저, 저기… 괜찮은 건가요? 그 물건은, 대체 뭔가요?”<br><br>양은 대답하지 않고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는,<br><br>둥!<br><br>하고 금속으로 만들어진 항아리를 두드렸다.<br>그 순간 롱빌은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목을 움츠리고는 몸을 잔뜩 숙였다. 나머지 세 여학생들은 그녀가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br><br>“푸… 후후 후후… 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핫!!”<br><br>갑자기 양이 배꼽을 부여잡고는 낄낄대며 웃기 시작했다.<br>여자들은 대체 왜 저러는지 짐작도 못한 채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말았다.<br>롱빌이 이번엔 조금 화난 듯이 목청을 높였다.<br><br>“이봐요, 뜸 들이지 말고 말해 주세요! 그건 대체 무슨 물건입니까!?”<br><br>겨우 웃음을 참아낸 양은 항아리를 통통 두드리며 설명을 시작했다.<br><br>“이거 참, 미안 미안. 이건 말이지. 내가 살던 나라에선 탱크라고 불리는 물건이야. 안에는 기체가 들어있지. 예를 들면 지금 우리가 마시고 있는 공기나, 전쟁에서 쓸 독가스 같은 거.”<br><br>독가스라는 말에 네 사람의 얼굴이 굳어진다.<br>하지만 양의 표정은 지금도 조금 전까지의 대폭소의 여운이 남아있는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br><br>“그렇지만 이 탱크에 들어있던 건 공기도 독가스도 아냐. 이쪽 표면에 써있는 문자는 내용물인 기체의 이름과 취급시의 주의사항을 적어놓은 거지. 이 안에 들어있던 기체의 이름은 예상대로 제플 입자였어. 간단히 말하자면 기체 상태로 되어 있는 불의 비약… 즉, 폭약이라고. 이 항아리는 제플 입자를 발생시키는 장치야.”<br><br>폭약이라는 말이 튀어나와도 아가씨들은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할케기니아 사람들에게 있어서 불의 비약이라고 하면 유황이나 화약 같은 물건 정도를 생각하는 게 대부분이니까.<br>양의 이야기를 알 듯 말 듯한 루이즈가 수상하다는 듯 양에게 질문했다.<br><br>“공기가… 폭발한다는 거야?”<br>“음, 뭐랄까. 공기가 폭발한다기 보단 화약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쪼개서 공기 속에 퍼뜨려 놨다고 말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br><br>턱에 손을 대고 양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중인 퀴르케도 질문한다.<br><br>“뭐, 당신의 나라에 그런 물건이 있다고 한다면 그렇다고 하고… 그건 어느 정도의 위력인데?”<br><br>질문을 받은 양은 과장된 몸짓으로 양 팔을 벌렸다.<br><br>“이 부근에 제플 입자를 살포한다면, 이 숲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지.”<br><br>양의 말에 모두 눈이 휘둥그래진다.<br>이번에는 지금까지 계속 조용했던 타바사가 입을 열었다.<br><br>“왜 웃은 거야?”<br>“간단해! 왜냐면 말이지.”<br><br>양은 웃음을 참으며 다시 탱크를 통 하고 두드렸다.<br><br>“이거 텅 비었거든!”<br><br>아가씨들은 이번엔 눈 뿐만이 아니라 입까지 딱 벌어져 버렸다.<br><br>“이 탱크의 내압 표시기가 0을 가리키고 있지? 그리고 안전장치는 이미 풀려서 밸브… 아, 이 항아리의 뚜껑을 말하는 거야. 이게 계속 열려 있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어. 결국 벌써 오래 전에 이 탱크에 들어있던 제플 입자는 전부 새어나가 버린 거야. 지금은 이미… 아니지, 옛날 옛적부터 이건 단순한 쇳덩어리에 불과했던 거라고.”<br><br>롱빌이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br>마법학원에 잠입하기 위해 했던 그녀의 온갖 노력이, 원장의 성희롱에 견뎌왔던 매일매일이, 모두 헛수고였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br><br>“다시 말해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은 이런 고철 덩어리를 비보랍시고 받들어 모시고 있었다는 거지.”<br><br>화창한 오후의 숲에서 양의 시원스런 웃음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br><br><br><br>저녁 노을이 빛나는 학원에 다섯 사람을 태운 짐마차가 돌아왔다.<br><br>원장실에서 오스만과 콜베르는 그들의 보고를 듣고 『파괴의 항아리』, 즉, 텅 비어버린 제플 입자 발생장치를 돌려받았다. 오스만은 일단 모두 무사히 돌아온 것과 탱크를 되찾았다는 사실에 기뻐하긴 했다. 그러나 옛날 옛적부터 이 항아리는 텅 빈 상태였다는 사실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br><br>“으흠, 푸케는 놓쳤지만 도둑맞은 물건이 되돌아 왔으니 잘 된 일이구먼… 자, 어쨌든 오늘 밤은 『프릭의 무도회』 라네! 예정대로 진행하도록 함세.”<br><br>무도회라는 말을 듣고 눈을 반짝거리는 여학생들은 오스만에게 가벼운 절을 하고는 원장실을 나가려 했다. 그러나 그들과 함께 나가려 하지 않는 양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br><br>“아, 전 원장님께 좀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br><br>루이즈가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을 나갔다.<br><br><br>잔뜩 들뜬 표정으로 양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콜베르와 의기소침해진 롱빌은 원장에게 잠시 자리를 비워달라는 말을 듣고 이미 방에서 나간 뒤였다. 콜베르는 상당히 불만인 모양이었지만.<br><br><br>“그럼, 내게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구먼.”<br><br>양은 고개를 끄덕였다.<br><br>“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저걸 어디에서 손에 넣으신 겁니까?”<br><br>오스만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br><br>“그건 내 생명의 은인이 남긴 유품이라네. 30년 전, 숲을 산책하고 있던 나는 와이번에게 습격을 당했다네. 그는 항아리의 구멍 같은 부분을 와이번에게 들이대었지. 그러자 엄청난 폭발이 일어나 와이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네! 그래서 그걸 『파괴의 항아리』 라 명명한 것일세. 하지만 그는 이미 크게 다친 상태였다네. 그 자리에서 금세 쓰러져 버리고 말았어. 학원에서 열심히 간호를 해 봤지만 그런 보람도 없이 결국 죽고 말았지. 그 후 그 항아리는 그를 기념하는 물건으로써 보물 창고에 놓여지게 된 것일세.”<br>“그렇습니까… 은인의 유품이었군요.”<br><br>양은 항아리를 보고 마구 웃어버렸던 무례한 행동을 마음 속으로 사죄했다.<br>그와 동시에 어째서 밸브를 잠그지 않아 탱크가 텅 비어 버렸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물건을 가져온 사람은 오스만을 구하기 위해 와이번에게 제플 입자를 쏘았으나 상처를 입고 쓰러져 버렸기 때문에 밸브를 제대로 잠글 수가 없었던 것이다. <br><br>제플 입자는 열을 가하면 폭발하지만, 작은 불꽃 정도의 충격으로는 발화하지 않는다. 레이저나 빔포 정도의 온도가 아니면 폭발할 위험은 없다. 오스만을 구했을 때는 와이번이 브레스를 토해냈거나 부상당한 제국군 병사가 총을 쏘았기에 폭발이 일어났던 거겠지.<br>그 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제플 입자도 허무하게 계속 새어 나와 대기 속으로 흩어져 버렸던 것이다.<br><br>먼 곳을 바라보는 눈으로 오스만은 말을 이었다.<br><br>“그는 침대 위에서, 죽기 직전까지 잠꼬대 같은 말을 반복했다네. 『여긴 어디야, 어느 별이야, 오딘에 돌아가고 싶어!』 하고 말일세. 오딘은 자네 나라의 지명인가?”<br>“아뇨, 이웃 나라의 수도입니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할케기니아에 온 겁니까?”<br>“그건 모르겠네. 그가 어떤 방법으로 여기에 온 것인지는 마지막까지 알 수 없었다네.”<br>“그렇군요…”<br><br>양은 조금 실망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지는 않아서, 오스만은 약간이지만 양을 의심해 보았다.<br><br>“그래, 자넨…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겐가?”<br>“그거야 물론 돌아가고 싶습니다만, 제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죠. 구조대가 온다면 좋겠지만요.”<br><br>양의 말을 듣고는 오스만은 주저하면서도 물어보았다.<br><br>“그렇다면… 구조대가 올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br>“네, 있습니다. 이제 저 말고도 이 세계에 흘러 들어온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요. 어쩌면 제 나라와 할케기니아는 의외로 지리적으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가능성은 충분하죠.”<br>“그, 그런가…”<br><br>오스만의 뺨에는 땀방울이 한 줄기 흘렀다. 그다지 더운 날씨도 아닌데 말이다.<br><br>당황한 모습을 무마하려는 듯 오스만은 양의 왼손으로 시선을 옮겼다.<br><br>“그건 그렇고 자네의 왼손에 새겨진 룬 말이네만.”<br>“아, 이거 말씀이시군요. 여기에 무슨 문제라도?”<br><br>양도 자기의 왼손에 새겨진 룬을 바라본다.<br><br>“그건 간달브라고 해서, 전설의 사역마를 뜻하는 증표라네.”<br>“전설의 사역마?”<br>“그렇다네. 그 전설의 사역마는 모든 『무기』 를 마음대로 다루었다더구먼. 뭔가 짚이는 곳은 없는가?”<br>“아뇨, 그다지…”<br><br>양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시치미를 뗐다.<br>솔직히 말해서 룬의 정보는 필요하다. 그러나 양은 비장의 무기가 될지도 모르는 사실을 가볍게 떠벌릴 만큼 머리가 안 돌아가는 사람은 아니었다.<br>오스만은 ‘험험’ 하고 기침을 했다.<br><br>“뭐, 어찌되었든 자네가 소환된 이유나 돌아갈 수단에 대해서는 내 나름대로 조사해볼 생각이네.”<br>“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br><br>양은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원장실을 나왔다.<br><br><br><br>문을 바라보던 원장은 머리를 양 팔로 감싸 쥐었다.<br><br>“하아… 뭐가 『아뇨, 그다지』 란 말인가. 콜베르 군에게서 자네가 총을 만지니 룬이 빛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단 말일세. 그렇다고는 하나 감히 우리를 믿어달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니…”<br><br>오스만은 분명히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br>성희롱을 일삼는 변태 영감이지만 교육자로서의 자각과 긍지는 갖고 있다.<br>그러므로 자신의 미숙함과 편견 때문에 벌어진 실패도 깨닫고 있었고, 반성도 하고 있었다.<br><br>원장은 필사적으로, 그가 귀족이나 메이지에게 품고 있을 불신과 혐오감을 사그러들게 할 방법을 찾아보는 중이었다. 하지만 양의 룬을 지워주지 못하는 한 양을 설득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양의 룬을 지울 수 있다고 해도 그건 미스 발리에르가 메이지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린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 외에 차선책을 생각해보기는 했으나 어떤 것도 할케기니아의 귀족제도를 게르마니아의 그것처럼 무너뜨리는 일에 직결될 뿐이었다.<br><br>“새로운 시대가 온다는 것인가…”<br><br>자기가 구세대의 유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오스만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br><br><br><br>그날 밤, 무도회는 예정대로 개최되었다.<br>알비즈의 식당 위층을 홀로 삼아 『프릭의 무도회』 는 막을 올렸다. 바로크 음악과 비슷한 악단의 연주에 맞춰 눈부시게 화려하고 아름답게 차려 입은 젊은 귀족들이 우아하게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br>그러나 그 곳에 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br><br>“이봐, 양. 이것도 닦아줘.”<br>“네. 거기 놔 두세요.”<br><br>양은 주방에서 메이드들이 가져온 술잔과 접시를 닦고 있었다.<br>먼 곳에서 무도회의 음악이 들려왔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br><br>“이봐, 양.”<br><br>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br>벽에 기대어 세워놓았던 델프링거의 목소리였다.<br><br>“너, 무도회에 안 가도 괜찮냐?”<br>“춤은 잘 못 춰. 그리고 난 귀족도 아니잖아.”<br>“뭐, 그것도 그렇구만… 아아, 모처럼 만난 『사용자』 가 이렇게나 재미없는 놈일 줄이야.”<br>“그거 안됐네. 뭐, 설거지가 끝나면 『사용자』 인가 뭔가에 대해서나 좀 가르쳐 줘.”<br><br>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양은 느긋하게 나이프와 포크를 닦는다.<br>그의 주변에선 평민인 메이드와 요리사들이 쟁반을 옮기거나 케이크를 담고 있었다.<br><br>“아, 시에스타 씨! 술잔 설거지 다 끝났어요~”<br>“네~ 아, 양 씨. 입구에서 누가 부르던데요.”<br>“네?”<br><br>주방 입구에 눈길을 돌리니 검은 드레스를 입고 긴 초록색 머리를 핀으로 올려 묶은 롱빌이 서있었다.<br><br><br><br>본관 탑 아래 광장.<br>위쪽에선 무도회장의 빛이 테라스에서 새어 나오고 있다.<br>롱빌은 양을 광장의 한 가운데로 데려갔다. 무도회장을 올려다보면서, 양에게 등을 보이고 있다.<br>먼저 입을 연 건 양이었다.<br><br>“왜 아직도 학원에 있는 건가요? 이제 여기에 볼일은 없지 않은가요. 남아 있어봤자 원장의 성희롱에 계속 시달리게 될 텐데요.”<br><br>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품위 있는 빗으로 올려 묶은 롱빌의 머리카락이 약간 흔들렸다.<br><br>“… 당신 때문이야. 알면서 물어보는 거지? 지금 내가 학원에서 사라져 버리면 푸케와의 관계를 의심하는 녀석들이 나타날 거라는 거.”<br>“뭐… 그것도 그렇군.”<br><br>얼버무리듯이 머리를 긁적이는 양.<br>롱빌은 어깨너머로 돌아보고는 슬쩍 양에게 시선을 보내었다.<br><br>“그래서 사건이 잊혀질 때까지 그 빌어먹을 영감탱이의 성희롱에 견딜 수밖에 없어. 그러니 당분간은 당신과도 사이 좋게 지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왔어.”<br>“… 미안하지만 무도회의 권유라면 사양할게. 난 루이즈나 너희들 메이지를 적대시하거나 미워하지는 않아. 하지만 귀족제도에 만족하며 살 생각도 없어.<br>뭐, 필요할 때나 써먹을 만한 때엔 이용해 주겠지만 말이야.”<br><br>양의 말을 듣고는 롱빌은 큭큭거리며 웃기 시작했다.<br>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사무적인 미소와도 다르고, 아침 무렵에 보여준 악의를 품은 미소와도 달랐다.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솔직한, 아무런 꾸밈 없는 미소였다.<br><br>“나도 마찬가지야. 난 귀족이니 왕족이니 떠드는 놈들이 제일 싫거든. 깊이 들어가면 골치 아픈 얘기지만.<br>그러니까 귀족과, 메이지의 마력을 상징하는 매직 아이템만 골라서 덮쳐댔던 거지.”<br><br>한동안 해맑게 웃던 롱빌은 웃음이 가라앉자 양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br>그녀의 가늘고, 희고, 부드러운 팔을 보고는, 양은 부끄러운 듯 머뭇거리고 말았다.<br><br>“왜 그래? 장군님씩이나 되는 양반이, 춤도 하나 제대로 못 춰?”<br>“아니, 그게… 실은… 으응. 엄청 못 춰. 아마 네 발을 밟아버리지나 않을까?”<br><br>얼굴이 새빨개져서 고개를 숙인 양을 보고는 이번엔 롱빌이 배꼽을 잡고 웃어대기 시작했다.<br><br>“서로 죽이니 어쩌니 하면서 싸워댔던 우리 사이에 발 밟는 거 정도로 우물쭈물 대서 어쩌자는 거야? 이리 와, 한 곡 추자고!”<br><br>말을 마치자 마자 롱빌은 양의 팔을 있는 힘껏 잡아 끌었다.<br>위쪽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추어 억지로 양을 잡고 휘두르는 듯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br><br><br>광장에서, 롱빌은 양에게 발을 몇 번이나 밟혀가면서도 즐겁게 춤을 추었다.<br>양은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겨우 그녀를 따라가고 있었다.<br><br><br>그런 그들의 모습을 주방 입구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br>시에스타와 로라를 위시한 메이드들이었다. 시에스타에게 안겨 있는 델프링거도 보였다.<br><br>“어머, 저 두 사람 사이 좋아 보이네? 시에스타아~ 너 우물쭈물하다간 그냥 지겠는걸.”<br>“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로라도 참! 난 딱히 아무렇지도 않다고! 저런 멋없는 아저씨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니까!”<br><br>시에스타는 새빨개진 얼굴로 부정했지만 주위의 메이드들은 꺄아 꺄아 환호성을 울리며 계속 그녀를 놀려대고 있었다.<br>그 시에스타에게 안겨 있던 델프링거는 계속 불평을 해댔다.<br><br>“거 참… 한심한 사역말세. 이래선 무기점에서 썩고 있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르겠구만.”<br><br><br>테라스에서도 루이즈와 퀴르케가 광장에서 춤을 추는 양과 롱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br><br>“으으... 뭐 하는 거야, 양은! 모습이 안 보인다 싶었더니 주인을 팽개쳐두고 롱빌과 놀고 있다니!”<br><br>루이즈는 분홍빛이 감도는 긴 머리를 바레트 (역자 주 : 머리를 올릴 때 쓰는 커다란 장식용 핀) 로 묶고, 하얀 파티 드레스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팔꿈치까지 오는 하얀 장갑이 루이즈의 고귀함을 한층 더 강하게 연출하고, 가슴 앞섬이 열린 드레스 덕분에 한층 더 작아 보이는 얼굴은 보석처럼 빛나고 있다.<br>하지만 입에 담고 있는 말이나 뾰로통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화를 내는 모습은, 연출로는 숨길 수 없었다.<br>퀴르케가 능글맞게 웃으며 루이즈를 놀려댄다.<br><br>“흐흥~♪ 괜찮으려나, 루이즈~ 이대로 놔뒀다간 너의 소중한 사역마를 저 비서한테 빼앗겨 버릴지도 모르겠네?”<br>“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런 거, 내가 알 바 아냐!!”<br><br>그렇게 소리치며 휙 돌아선 루이즈는 팔짱을 끼고는 광장에서 시선을 돌렸지만, 차츰 어깨를 부르르 떨고 있다는 걸 누가 봐도 알 수 있었다.<br><br>“… 하, 하지만 메이지로서, 자기 사역마가 다른 메이지한테 학대당하는 건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어!”<br><br>루이즈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콩콩거리는 발소리를 내며 테라스에서 사라졌다.<br><br>“정말로 그것 뿐이야!!”<br><br>마지막에 허세를 부리는 말을 한 마디 남기고서.<br><br><br>얼마 되지 않아 악단의 고즈넉한 음악이 흐르는 광장에선, 롱빌과 루이즈가 양의 팔을 서로 자기 쪽으로 잡아 끌기 시작하고, 거기에 시에스타가 끼어들어 두 사람을 말리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br><br><br><br><br><br><br><strong><span style="FONT-SIZE: 130%">6화 : 롱빌의 사정 END</span></str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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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자주번역</category>
		<pubDate>Thu, 26 Jun 2008 09:28:09 GMT</pubDate>
		<dc:creator>시대유감</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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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제로인 제독 5화 : 파괴의 항아리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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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9.egloos.com/pds/200806/25/48/a0008948_4862322d0d9cb.jpg" width="500" height="505"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9.egloos.com/pds/200806/25/48/a0008948_4862322d0d9cb.jpg');" /></div><br><br>허무의 요일, 해가 뜨기 전.<br>성 아래에 있는 발리에르 공작의 별채.<br><br>양은 겨우 궁중 경비병들의 취조에서 해방되었다.<br>그렇다고는 해도 마법을 쓸 수 없는 양이 푸케가 아니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기에 단순히 사정청취를 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루이즈와 공작도 목격한 사실과 피해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뿐, 얼마 지나지 않아 경비병들은 별채에서 사라졌다.<br>그 후 왕궁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웠고, 아직 밤이 다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흙더미의 푸케가 발리에르 가의 비보를 강탈했다!』 는 소식이 트리스타니아 전역에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발리에르 가의 별채에 있던 루이즈와 양의 귀에는 그런 소문이 흘러 들어가지 않았다.<br><br>다행히 엘레오놀과 호위병들이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땅바닥에 쓰러져 있던 장녀에게 달려간 공작과 루이즈는 엘레오놀이 단순히 기절해 있을 뿐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푸케의 골렘은 이미 너무 멀리 있었기에 쫓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br>근처의 나무 줄기에는 『다이아 도끼, 확실하게 받아갑니다. 흙더미의 푸케』 라는 표식이 남겨져 있었다.<br>아버지와 동생이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엘레오놀은 푸케에게 도끼를 빼앗겼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다시 졸도해버렸다. 지금은 별채의 침대에서 쉬는 중이다.<br><br>이윽고 점심때가 가까워졌다.<br>어젯밤의 소동으로 밤을 새다시피 한 루이즈와 양이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에서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은 인사 대신 커다란 하품을 나누고 있었다.<br><br>“후아~암. 좋은 아침입니다, 미스 발리에르. 공작님은 어디에?”<br>“후 아아~암. 안녕. 벌써 성에 가셨어. 푸케의 수색대가 어떻다던가 하셨는데. 너무 졸려서 잘 기억이 안 나지만.”<br>“엘레오놀 님은?”<br>“아직 자고 있어. …… 아무래도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두자.”<br><br>루이즈의 말을 들으며 양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br><br>“아아, 드디어 돈과 인연이 없는 생활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 이래선 너한테 치료비를 갚는 건 당분간 무리겠구나.”<br><br>그와는 대조적으로 루이즈는 ‘엣헴!’ 하며 자랑스럽게 가슴을 펴고 있다.<br><br>“그 점이라면 문제 없어!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치료비의 세 배를 주셨으니까!”<br><br>그렇게 말한 루이즈가 손뼉을 치자 별채의 메이드들이 짐 차에 놓여진 커다란 상자를 가져왔다.<br>뚜껑을 열어보았더니 안에는 에큐 금화가 들어 있었다.<br><br>“그럼, 약속대로 3분의 1은 네 몫이야. 고맙게 받으라고!”<br>“아, 응. 고마워. 과연 발리에르 공작께선 통이 크시구나.”<br><br>양은 속으로 자기가 섬기는 주인을 루이즈가 아닌 발리에르 공작으로 바꿔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br>물론 소리 내어 말하지는 못했지만.<br><br><br><br><br><br><br><strong><span style="FONT-SIZE: 130%">5화 : 파괴의 항아리<br></span></strong><br><br><br><br /><br /><br><br><br>점심때를 지난 트리스타니아.<br>휴일답게 노점이 줄지어 늘어서고 주점에선 한낮부터 건배를 외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갖가지 간판이 처마를 맞대고 있다.<br>푸케의 조사에 임하는 경비병과 근위대가 여기저기를 들쑤시며 다니고 있었다.<br><br>양과 루이즈는 별채에서 나와 마차를 타고 쇼핑을 하러 왔다. 양은 예나 지금이나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흥미진진하다는 듯 마을의 풍경을 둘러보고 있다.<br><br>“이것 봐,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으면 소매치기 당한다고!”<br><br>그렇게 루이즈가 주의를 주고 있긴 하지만, 양의 입장에선 입체 TV나 역사 자료에서밖에 볼 수 없었던 것들이 눈 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던 그에게 이 풍경을 신기하게 바라보지 말라는 요구는 사실상 무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br><br>“응~ 알았어… 이야~ 저거 약 파는 가겐가? 우와! 병 속에 동물이 통째로 들어가 있어! 저걸 마시는 거야!? 병에 걸리기라도 하면 큰일이겠다!”<br><br>콱!<br><br>어젯밤에 이어서 이번에도 양의 옆구리에 루이즈의 팔꿈치가 박혔다.<br>양은 기절할 것 같았지만 겨우 쓰러지고 싶은 충동을 참아냈다.<br><br>“켁, 콜록… 후우… 시, 실례했습니다. 일단은 내 옷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쇼핑을 해야지.”<br>“그러도록 해. 말해 두겠지만, 나를 부끄럽게 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거 잊지 말고!”<br>“알겠습니다. 미스 발리에르.”<br><br>그런 연유로 휴일 오후에 두 사람은 양복점에서 집사에게 어울리는 옷을 주문하고, 신발 가게에 가거나 새로운 차 잎을 고르기도 하며 쇼핑을 즐겼다. … 물론 물건을 살 때는 항상 레이디인 루이즈가 잔뜩 사들인 옷이나 가방을 양이 들어야 한다는 게 정해진 규칙이었다.<br>발리에르 가의 마차로 나온 것이었기 때문에 짐을 마차에 실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래도 짐을 잔뜩 들고 가게와 마차를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양은 이미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태였지만.<br>저녁때가 되었을 무렵, 짐으로 가득 차버린 마차를 보고는 양은 정말 미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br><br>“이야… 많이도 샀다. 뭐 이 정도 샀으면 충분하겠지? 그럼, 학원으로 돌아갈까.”<br>“아직이야.”<br><br>루이즈의 무자비한 한 마디에 양은 지옥을 보는 것 같아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br><br>“저어, 루이즈 님… 이 이상 뭘 사시겠다는 건가요? 이제 필요한 물건은 전부 샀다고 봅니다만.”<br>“무슨 소리 하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걸 안 샀잖아.”<br><br>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루이즈를 보고 양은 마차 안에 산처럼 쌓여있는 짐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br>하지만 아무리 봐도 아직 안 산 가장 중요한 물건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br>루이즈는 양을 쳐다보고는 부족한 물건이 무엇이었는지 확실하게 이야기했다.<br><br>“무기야.”<br><br>루이즈의 말은 양의 상상에선 많이 벗어난 것이었다.<br><br>“무기라니… 네가 쓸 무기?”<br><br>퍽!<br><br>양은 루이즈에게 호되게 걷어차였다.<br><br>“왜 내가 무기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데? 당연히 ‘네 – 가 – 쓸 – 무 – 기’ 지! 다시 푸케랑 만난다면 그때야말로 붙잡아 보일 테니까!”<br><br>그 말을 들은 양은 입이 쩍 벌어졌다.<br>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해 보다가 어떻게든 눈앞의 어린 주인도 이해할 수 있을 법한 말을 골랐다.<br><br>“난 무기 같은 건 못 써.”<br><br>양은 한껏 애를 써서 루이즈도 이해할 수 있는 말을 골랐다고 생각했지만, 루이즈는 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찌릿!’ 하고 자기의 사역마를 노려보는 걸 보니 말이다.<br><br>“당신, 군인이잖아?”<br>“응. 나도 종종 믿어지지 않지만, 군인이었지.”<br>“사관학교 졸업했잖아?”<br>“그렇지. 아슬아슬하게 낙제점 근처에서 놀았지만.”<br>“그래도 당연히 무기 다루는 법은 배웠을 거 아냐?”<br>“그래도 당연히 할케기니아의 무기를 다루는 법은 모르지.”<br>“너, 총 갖고 있잖아!”<br><br>루이즈는 양의 점퍼 가슴 부분에 달려 있는 주머니를 가리켰다.<br>양은 가슴을 내밀고는 상체를 크게 뒤로 젖혀 거만한 태도를 취하며 대답했다.<br><br>“자랑은 아니지만, 내가 총을 쏴봤자 절대로 맞지 않을 걸!”<br><br>퍽! 푹! 콱! 쿵! 짝! 쾅!<br><br>양은 거리 한복판에서 루이즈의 샌드백이 되었다.<br><br>“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무기점으로 가자. 또 어디서 푸케가 나타날지 모르니까 다음에 만나면 꼭 포승을 받게 해주겠어!<br>너도 그런 한 발 쏘고 끝나는 장난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칼 같은 걸 사도록 해!”<br>“으윽, 진짜 필요 없다니까…”<br><br>양은 정말로 무기 같은 걸 지니고 싶지 않았다. 지금 점퍼 속에 넣어둔 총조차도 할케기니아의 사람들이 악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 갖고 있는 것뿐이니까. 루이즈는 양이 지닌 총을 할케기니아의 프린트 록 총과 비슷한 물건이라고 지레짐작해버린 것 같다.<br><br>“그렇다고는 해도, 총은 언젠가 에네르기가 다 떨어지겠지. 도구로 쓸 칼 정도는 하나쯤 갖고 있으면 편리할지도 모르겠어.”<br><br>어떻게든 자기를 설득한 양은 의기양양하게 뚜벅뚜벅 걸어가는 루이즈의 뒤를 따라갔다.<br><br>악취가 코를 찌르는 뒷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쓰레기와 오물이 굴러다니는 길바닥을 지나 사거리로 나오자 구리로 된 간판을 루이즈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br><br>“흐음. 검 모양의 간판이네. 저게 무기점이야?”<br>“맞아. 그럼 들어가자.”<br><br>두 사람은 돌 계단을 올라가 문을 열었다.<br><br>어둑한 가게 안에는 램프가 켜져 있었다. 벽과 선반에는 칼이나 창이 난잡하고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훌륭한 갑옷도 하나 걸려 있었다. 가게 안쪽에서 파이프 담배를 피우고 있던 쉰 살 전후로 보이는 노인네가 루이즈를 수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끈 모양의 타이 매듭에 그려진 오망성을 보고는 그녀의 신분을 알아차린 모양이다.<br><br>루이즈는 성큼성큼 주인에게 다가섰다.<br><br>“어르신, 귀족 어르신, 저희는 제대로 허가 받고 장사를…”<br>“손님이야. 이 평민에게 맞는 칼을 좀 골라줘.”<br><br>그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주인은 힐끗 양을 보았다.<br>가게 안의 무기를 신기한 듯이 바라보고 있는 30대 정도의 학자 풍 남자. 몸은 근육질이라고 할 순 없겠고, 저 잠에서 덜 깬 듯한 눈을 보아하니 아무리 봐도 검을 휘둘렀을 것 같진 않다.<br><br>“저어, 어르신… 지금 말씀은 저쪽 양반의 무기를 고르라는 것인지?”<br>“그래. 무슨 불만이라도 있어?”<br>“아, 아닙니다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렇겠군요. 최근에는 푸케인가 하는 도적이 출몰하는 수상한 시기였습죠. 그래선지 궁정에 계신 귀족 분들 사이에서도 종에게 검을 들리는 게 유행하는 모양이라..”<br>“잘 알고 있잖아. 그럼 적당한 걸 골라줘.”<br><br>주인은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고 생각이라도 했는지 실실 웃으며 가게 안쪽에서 가는 검을 가져 왔다. 현란한 문양이 그려진 귀족에게 어울리는 멋들어진 검이었다.<br><br>“아까 말씀 드린 대로 종들에게 지니게 하는 것이 이런 레이피어 종류입니다요.”<br><br>루이즈는 검을 빤히 쳐다본다.<br><br>“푸케의 골렘과 싸우려면 좀 더 큰 게 좋아.”<br>“아냐, 나이프가 좋다니까.”<br><br>어느 틈엔가 양이 루이즈의 뒤에 서서 호사스러운 검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br>그리고 보통 얼빠진 소리만 주워 섬기던 입에서 나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br><br>“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난 칼을 써 본 적이 없어. 하지만 전쟁이 났을 때라면 모를까, 이 칼은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닐만한 물건이 아니라는 건 척 보면 알겠는걸.<br>우선 강도가 약해. 너무 가늘어서 상대방이 베어 오면 부러지겠지.<br>찌르기에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어설프게 깊이 찌르다간 뽑기가 곤란하니까 여러 적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선 쓸 물건이 못 돼.<br>그리고 날붙이는 날에 이가 빠지면 금세 날이 잘 안 듣게 되어 있어.<br>아, 푸케의 골렘을 상대하는 걸 전제로 한다면 애초에 검을 들고 맞서겠다는 발상 자체가 틀려먹었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커다란 골렘에게 칼은 통하지 않을 테고,<br>어차피 골렘을 조종하는 메이지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으니까.<br>그리고 길이도 어정쩡해. 칼집에서 뽑으려면 쓸데없는 동작이 생기니까 움직임이 한 발 늦어지지. 그러니까 적에게 선수를 빼앗길 테고, 만약 적보다 빨리 뽑는다고 해도 길이에서 뒤질 테니까 결국 이쪽에서 가까이 가지 않으면 안 되니 말짱 도루묵이야.<br>싸울 때 적에게 선수를 빼앗기거나 간격에서 불리하다는 건 죽여달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야.<br>또 골목길처럼 비좁은 곳이나 큰 길 같이 사람들이 잔뜩 몰릴 수 있는 곳에서 검은 불리해. 주변 사람이나 지형지물에 가로막혀서 제대로 휘두를 수가 없으니까. 발 디디기 불편한 곳에선 좀 더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무기가 유리하기도 하고.<br>무엇보다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데도 이것 보라는 듯이 허리에 검을 차고 다녀야만 하잖아. 당연히 주변에서는 날 경계하겠지. 적을 방심하게 해야 기습도 하기 편해. <br>그 외에도 경계심을 갖게 하지 않는다는 건 교섭을 하기도 편해진다는 얘기야. 이런 장점들은 무기의 위력 이상으로 가치가 있는 거라고.”<br><br>아무리 봐도 별볼일 없어 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완벽한 전술론.<br>주인 영감도 루이즈도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br><br>“… 이런 점들로 미루어 보면… 그렇군. 작은 나이프가 좋겠어. 그것도 옷소매 속에 숨겨두었다가 재빨리 꺼내서 손에 쥘 수 있는 걸로. 아마 암기 비슷한 물건이 되겠구나.”<br><br>가까스로 양이 말을 마쳤을 때 루이즈는 작은 손으로 짝짝 소리를 내며 박수를 치고 말았다.<br>가게 주인도 놀랐는지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br><br>“이거, 알아 뫼시지 못했구만요. 아무래도 알 만큼 아시는 양반인가 봅니다.”<br>“내 말이 그 말이야. 그런 초라한 꼬락서니를 봐서는 어서 굴러먹던 햇병아린가 했더니, 이야~ 놀랍구만.”<br><br>불현듯 어딘가에서 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잡하게 쌓아 올려진 검들 속에서 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났다.<br>양이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가까이 가보니 거기엔 날밑을 찰칵찰칵 거리면서 말하는 녹슨 낡은 검이 있었다.<br><br>“우와, 뭐야 이거? 말하는 칼이 있다니 신기하네.”<br>“헤헤, 놀랐구만! 델프링거라고 한다. 잘 부탁해, 아저씨!”<br><br>아저씨라는 말을 들은 양은 약간 비틀거렸다.<br>‘형이라고 불러 줘!’ 같은 뻔뻔한 희망은 품고 있지 않았다. 이미 젊다고는 할 수 없는 나이라는 걸 자기 스스로도 알고 있으니까.<br>그래도 『아저씨』 라는 한 마디는 그의 가슴을 후벼 팠다.<br><br>“이봐, 델 공(公)! 손님한테 실례되는 소리는 하지 마!”<br>“뭔 소리냐? 아저씨는 아저씨지! 물론 내 입장에서 보면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햇병아리지만.”<br><br>몇 번이고 아저씨라 불린 심리적 충격에 괴로워하면서도 양은 검을 손에 잡았다.<br>표면에는 녹이 슬어 빈말로도 보기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얄팍한 외날검이었다.<br><br>“이거, 인텔리전스 소드?”<br><br>양의 뒤에서 루이즈가 신기한 듯 검을 쳐다본다.<br><br>“그렇습니다요, 젊은 마님. 의지를 지닌 마검, 인텔리전스 소드올습죠. 어쩌다가 어디의 술 취한 미친 마술사가 만들어낸 걸까요? 칼을 떠들게 하다니…”<br><br>델프링거에 대한 주인의 푸념은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으나 양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신기한 듯 검의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다.<br><br>“흐음… 신기하네. 뭐 하러 검에게 말을 하게 하는 마법을 걸었을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br><br>그런 양의 중얼거림을 검은 대충 흘려 듣고 있는 모양이다.<br>조용히 양을 관찰하는 듯 입을 다물고 있다.<br>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검은 작은 목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br><br>“간 떨어지겠구만. 내가 잘못 봤다. 설마 이런 멋없는 아저씨가 『사용자』 일 줄이야.”<br>“『사용자』?”<br><br>뜬금없이 익숙지 않은 말이 튀어나와 양은 어리둥절해 있다.<br><br>“흥, 자기 실력도 모르는 건가? 뭐, 좋아. 아저씨, 날 사라.”<br><br>‘날 사라’ 는 말을 듣고는, 양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br>얼마 후 양은 미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br><br>“미안, 필요 없어.”<br>“뭐라고!?”<br><br>이 녹슨 검에게 얼굴이 있었다면 눈이 점만큼 작아졌을 것이다.<br><br>“왜, 왜!? 왜 필요 없다는 건데!?”<br>“그걸 왜냐고 물어봐도… 아까 말한 대론데.”<br>“큭.”<br>“재미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무기로서는… 난 못 쓰겠는걸. 전쟁에 나갈 생각도 없고.”<br><br>검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br>이번엔 주인이 히죽거리며 웃는다.<br><br>“들었는가, 델 공? 역시 이 양반은 보는 눈이 있으신 모양이구만.”<br>“시, 시끄러! 이 자식, 이쪽으로 와봐! 콧구멍 없이 생활하게 해주지!”<br>“허! 할 수 있으면 해 봐라!<br>이렇게 됐으니 어르신. 이 나이프 10개 세트는 어떠십니까요? 길이는 15 산트에 가늘고 양날입니다. 손에 들어도 되고 던져도 되는 좋은 물건입니다요. 이 두 개는 튀어 나오는 타입과 접이식이라…”<br><br>주인과 루이즈는 안쪽에서 나이프 고르기를 시작해 버린 듯하다.<br>양의 흥미도 나이프 쪽으로 옮겨갔기 때문에 델프링거는 난잡하게 쌓아 올려진 검 무더기에 돌려 놓으려 했다.<br><br>“자, 잠깐만 기다려! 날 사두면 진짜로 도움이 된다니까! 『사용자』에겐 최고의 검이라고! 아니, 좀 믿어보라니까!!”<br><br>필사적으로 사정하는 인텔리전스 소드를 보고 양도 그만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br>그래서 다시 한 번 녹슨 검을 살펴보았다. 찬찬히, 꼼꼼하게, 차분하게 살펴본다.<br>그러나 결국 한숨을 한 번 더 쉬었을 뿐이다.<br><br>“… 하다못해, 뭐에 도움이 되는지 좀 말해줄 수 있을까?”<br>“오, 오오! 듣고 놀라지나 마라! 나를 사면 말이지…”<br><br>검은 소리 높여 외쳤다. 자신의 장점을.<br><br>“말벗이 생긴다!!”<br><br>가게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웃어야 할지 기가 막혀 해야 할지, 아니면 딴지를 걸어야 할지 망설였다.<br>그래서 결국 주인은 미친 듯이 웃어댔고, 루이즈는 기가 막혀 했으며, 양은 「뭐야, 그게」 하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br><br><br>결국 검으로서의 자아 정체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자기를 사줄 것을 애원하는 델프링거의 끈기에 진 양은, 장검을 등에 지고 나이프 세트 한 벌을 손에 쥐고서 가게를 나왔다.<br><br><br><br>이미 날도 저물어 길이 어둑어둑했다.<br>짐을 잔뜩 실은 발리에르 가의 마차가 학원으로 가는 길을 한가롭게 달려가고 있었다.<br><br>양은 우두커니 창문에서 두 개의 달을 바라보고 있다.<br><br>“달빛도 달이 두 개 있으면 더 밝아지는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어두컴컴한 밤길을 마차로 막 달려도 괜찮아?”<br><br>루이즈는 하품을 하면서 졸린 듯이 대답했다.<br><br>“괜찮아~... 후아암… … 이 길은 제대로 정비가 되어 있고, 위험한 곳도 없으니까. 천천히 가면 아무 일 없이 학원에 도착할 수 있어.”<br><br>바닥에 놓여진 장검이 칼집에서 칼집에서 고개를 슬쩍 내밀었다.<br><br>“그건 그렇고, 양이라고 했나? 못 보던 옷인데 그건 어느 나라 거냐?”<br>“아, 이건 내 나라의 군복이야. 내가 살던 나라는 좀 먼 곳에 있어서 말이지…”<br><br>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마부는 천천히 밤길에 마차를 몰았다.<br>학원에 도착한 건 결국 밤이 깊어서였다.<br><br>학원 문을 빠져 나온 루이즈는 크게 기지개를 켠다.<br><br>“으~응… 겨우 도착했네. 별일이 다 있었지만, 일단 나는 목욕하러 갔다 올게. 너희들은 짐을 방으로 옮겨 둬.”<br><br>그렇게 말하고 루이즈는 서둘러서 기숙사 탑으로 들어가 버렸다.<br>짐을 방으로 옮겨 두라는 명령을 받은 양과 마부는 마차에 잔뜩 쌓인 짐 더미의 산을 바라본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고 포기한 듯이 한숨을 쉬고 말았다.<br><br><br>마부와 양은 겨우겨우 모든 짐을 루이즈의 방에 옮겨놓았다.<br>양은 벌써 숨을 헐떡거리면서 기숙사 탑 입구의 계단에 주저앉아 녹초가 되어 있다.<br><br>“수고했어~ 고마워~”<br><br>비틀대는 손을 흔들며 양은 마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br><br>“이쪽이야말로 고맙지. 피차 고생하는구만.”<br><br>마부도 양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다.<br><br><br><br>루이즈의 방 문을 연 양의 눈에 난잡하게 쌓여 있는 짐의 산이 보인다.<br>이걸 또 한번 정리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그만 현실도피를 하고 싶어졌다.<br><br>“안~녕, 사역마 씨~”<br><br>산처럼 쌓여 있는 짐에서 눈을 돌리고 싶었던 양의 바람이 신인지 악마인지에게 전해진 듯하다. 등뒤에서 그를 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를 듣고 양은 자기의 소원을 들은 것은 악마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br><br>“저어~기? 사역마 씨도 차암~”<br><br>들리지 않는 척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무리겠지. 아무래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양의 등줄기에 손가락을 스르르륵 하고 위 아래로 문질러대고 있었으니까.<br><br>각오를 하고 돌아보자 아니나 다를까, 거기에 서있는 건 퀴르케와 타바사였다.<br><br>“안녕하십니까, 미스 체르프스트. 그리고 미스 타바사.”<br><br>어쨌든 양은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그러나 예의 바르게 머리를 숙였다.<br><br>“싫다니까~ 계속 서먹서먹하게 굴기는. 그건 그렇고, 잠깐 시간 괜찮아?”<br>“아, 죄송합니다만 벌써 밤이 깊었으니 내일 뵈면 안되겠습니까?”<br><br>무난한 말로 부드럽게 거절하면서도, 양의 다리는 한발 한발 루이즈의 방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하지만 퀴르케도 한발 한발 거리를 좁혀 오고 있다.<br><br>“어머 어머, 어때서 그래~ 밤은 기니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br><br>어느 샌가 양은 루이즈의 방안까지 뒷걸음질친 상태였다. 그리고 퀴르케도 방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타바사도 마찬가지였다.<br><br>“저어, 그게… 내일도 학원에 수업이 있으…”<br>“우후후후… 지루한 수업보다 당신이 해주는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을 것 같은걸.”<br><br>산더미처럼 쌓인 짐에 가로막혀 더 이상 뒤로 물러날 수 없게 된 양에게 퀴르케가 느긋하게 몸을, 특히 가슴을 바짝 들이댄다.<br><br>“그 • 러 • 니 • 까… 얘기 좀, 해줄래요?”<br>“무, 무슨 이야기를, 말씀이신, 가요?”<br><br>양은 인기가 없다.<br>딱 잘라 말해서 여자에게 인기 있는 타입이 아니다.<br>서로 좋아했던 여자는 있었고, 중위 시절부터 그를 짝사랑했던 연하의 아가씨와 결혼도 했다. 하지만 그건 그라는 인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고, 결혼도 취향이 남달랐던 연하의 아가씨가 그에게 한 눈에 반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였다.<br>보기에 따라서 어쩌다가 한 번 잘 생겼다는 말을 들을 법한 수준의 얼굴. 언제나 무난하게만 보이는 태도. 졸린 듯이 반쯤 감겨있는 눈. 조금 굽어있는 등. 센스 없는 농담. 운동치. 아무리 탈탈 털어봐도, 좋게 말해주려 해도 여자가 죽자 사자 달려들 만한 타입이 아니다.<br>양 스스로는 영웅이라 불리기 시작했을 때, 고위 장교가 되었을 때부터 지위를 이용해 배우자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런 건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벽창호였다. <br>그러니 퀴르케의 섹시 공격에 꼴사납게 도망치기만 하는 양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을 것이다.<br><br>지금도 양은 땀을 폭포수처럼 뻘뻘 흘리고 있었다.<br><br>“있잖아… 푸케한테 도끼를 빼앗겼다는 얘기, 정말이야?”<br>“… 아, 그 이야기였나요…”<br><br>양은 마음이 놓임과 동시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남자로서의 당연한 반응으로, 절대로 비난이나 중상모략을 당할 이유까지는 되지 않을 것이다.<br><br>“잠깐, 남의 방에서 뭣들 하는 거야.”<br><br>마침 루이즈도 목욕탕에서 되돌아와 문을 열어놓은 채로 이마에 힘줄을 잔뜩 튀어나오게 하고 있었다.<br><br><br><br>같은 시각, 학원 안뜰의 가로수들 주변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br>머리부터 발끝까지 까만 로브를 뒤집어쓴 인물은 손에 도끼를, 정확히는 도끼의 머리 부분을 들고 있었다.<br><br>“후후후… 정말,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br><br>그 인물은 긴 주문을 영창하고는 지팡이를 땅을 향해 휘둘렀다. 흙이 소리를 내며 솟아오른다.<br>로브를 걸친 인물은 자기가 만들어낸 흙의 산 위에 올라탄 채 서있었다. 흙의 산은 사람의 모양으로 변하고, 검은 로브의 메이지는 그대로 그 인형의 왼쪽 어깨에 올라탔다.<br><br>“글쎄, 이 『흙더미의 푸케』 님의 골렘으로도 학원 보물 창고의 벽을 때려 부수는 건 무리겠지. … 하지만 말야.”<br><br>골렘은 오른손을 왼쪽 어깨에 앉은 푸케에게 뻗는다.<br>푸케는 손에 들고 있던 도끼를 골렘의 손바닥에 꽂았다.<br>그리고 다시 지팡이를 흔들어 『연금』 의 마법을 걸어 골렘의 손을 강철로 바꾸었다.<br><br>“어떤 마법에도 상처 하나 나지 않는 다이아보다도 단단한 이국(異國)의 도끼.<br>여기에 내 골렘의 힘을 더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br><br>골렘은 강철의 주먹에 탄소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도끼를 끼운 채로 보물 창고의 벽을 향해 크게 팔을 휘둘렀다.<br><br><br><br>심야의 학원에 굉음이 메아리 쳤다.<br>그와 동시에 땅울림이 모든 탑을 진동시켰다.<br><br>“뭐!? 뭐야?”<br>“이건! 지진이야!?”<br>“우, 우왓, 짐이!!”<br><br>루이즈와 퀴르케와 양이 갑작스런 흔들림 때문에 바닥에 쓰러질 뻔 한다.<br>난잡하게 쌓여 있던 짐들이 루이즈 일행이 있는 쪽으로 무너지고 있었다.<br>세 사람 모두 짐 속에 파묻혀 납작해지고 말았다.<br><br>“『레비테이션』.”<br><br>방이 흔들리는데도 동요하지 않고 무너지는 짐에도 휩쓸리지 않았던 타바사가 지팡이를 휘둘러 산처럼 쌓인 짐을 치워버렸다. 세 사람은 아픈 몸을 주무르며 일어났다.<br><br>“아야야야야…. 대체 뭐야.”<br>“다들 무사하구나. 뭘까, 지금 그건… 지진일까? 이 부근에는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걸까?”<br>“좀 전의 굉음, 뭐였을까... 타바사, 실피드를 불러봐!”<br><br>타바사는 창가에 서서 휘파람을 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풍룡이 날아왔다.<br>모두 서둘러서 풍룡의 등에 타고 하늘에 떠서 학원을 둘러보았다.<br><br>“오오, 이게 용인가! 대단해~ 어떻게 이런 작은 날개로 날아다니는 걸까.”<br><br>그런 양의 놀란 목소리는 바람과 함께 뒤쪽으로 사라져 간다.<br><br><br>학원 중앙의 본관 탑에는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br>안뜰에는 땅을 부자연스럽게 도려낸 듯한 흔적이 있다.<br>그리고 학원 근처의 숲에선 사라지고 있는 거대한 골렘의 모습이 보였다.<br>루이즈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를 질렀다.<br><br>“아~앗! 저건 푸케의 골렘!!”<br>“타바사! 서둘러서 푸케를!”<br><br>‘쫓아’ 라고 말하려고 했던 퀴르케였지만 이미 늦었다.<br>도망치던 골렘은 갑자기 폭삭 하고 무너져버렸기 때문이다.<br><br>풍룡이 골렘의 잔해인 흙의 산 위에 내려선다.<br>네 사람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이미 푸케의 모습은 거기에 없었다.<br><br><br><br>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은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집을 들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러웠다.<br>피해를 입은 것은 보물 창고의 벽과 학원의 비보인 『파괴의 항아리』.<br>보물 창고의 벽에는 『파괴의 항아리, 확실하게 받아갑니다. 흙더미의 푸케』 라는 범행 성명문이 남겨져 있었다.<br>학원의 교사들은 보물 창고에 모여들어 벽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보고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교사들은 당직 담당이었던 귀족이 누구냐, 평민 경비병 따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며 각자 멋대로 소리를 지르고는 책임 전가를 시작했다. 바깥에는 안쪽을 불안한 듯 바라보는 메이드들의 모습도 보인다.<br>당직을 맡았던 귀족은 미세스 슈브르즈였다. 그런데 당직을 서고 있었어야 할 그녀는 자기 방에서 달려왔다. 그것도 잠옷 차림으로. 보물 창고에 뚫린 구멍을 본 그녀는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br>도망치는 푸케의 골렘을 목격한 루이즈, 양, 퀴르케, 타바사도 보물 창고로 달려왔다. 교사들은 양을 제외한 여성 멤버들에게 범행이 일어났던 현장과 상황에 대해 과하게 따져 물었다. 양은 평민이고, 사역마였기 때문에 그에게 주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br><br>동트기 전의 보물 창고에서 양은 심문의 대상이 되지 않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주변 상황을 둘러보고는 부랴부랴 달려온 오스만과 콜베르의 이야기에, 그리고 마찬가지로 허겁지겁 달려온 메이드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br><br><span style="FONT-FAMILY: '돋움','Dotum'">―― 미세스 슈브르즈가 당직을 제대로 서지 않았다고는 해도… 어차피 제대로 당직을 서는 교사는 없다네…<br>―― 이 학원은 메이지로 가득한 곳. … 설마 도둑에게 습격 당할 것이라고는 꿈에도…<br>―― 목격자는 이쪽의 세 명… 범행 후, 도망치는 골렘을 추적했으나 푸케는 발견하지 못하고…<br>―― 벽은 스퀘어 클래스의 메이지들이 고정화를… 푸케의 골렘으로도 구멍을 뚫는 건 무리…<br>―― 『파괴의 항아리』는 학원의 비보… 변상은 누가…</span><br><br>양은 『파괴의 항아리』가 담겨있던 커다란 케이스 앞에 섰다. 거기엔 왕궁에서 돌아올 때 봤던 것과 같은 필적으로 범행 성명문이 쓰여 있었다.<br><br>양은 겨우 교사들의 질문 공세에서 잠시 해방된 루이즈에게 달려갔다.<br><br>“저기, 미스 발리에르. 도둑맞았다는 『파괴의 항아리』 말인데, 대체 어떤 물건이야?”<br><br>질문을 받은 루이즈는 손가락을 턱에 대고는 눈을 위로 뜨며 ‘으음…’ 하고 생각에 빠졌다.<br><br>“음, 뭐랄까. 나도 잘은 몰라. 본 적은 있지만 어떻게 쓰는지, 무슨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고.”<br>“그래… 대체 어떤 모양인데?”<br>“응? 모양은… 항아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긴 하지만, 되게 이상했어. 이름은 항아리면서 뚜껑이 없으니까 열 수가 없는 걸.”<br>“뚜껑이, 없다고?”<br>“그래, 그러니까… 이런 모양.”<br><br>루이즈는 손가락으로 벽에 『파괴의 항아리』 의 실루엣을 그렸다.<br>그 실루엣을 본 양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말았다. 목이 수직으로 꺾이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로.<br><br>“항아리… 가 아니구나.”<br><br>양의 솔직한 감상에 루이즈도 고개를 끄덕인다.<br><br>“응. 보물 창고를 견학했을 때, 다들 그런 소릴 했어. 그치만 항아리라는 말 말고는 딱히 들어맞는 말이 없었던 것 같아.”<br>“으음… 형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가르쳐주었으면 좋겠는데.”<br><br>루이즈는 보물 창고 밖에 모여있던 메이드 중 한 사람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오게 해서, 간단한 그림을 그렸다.<br>양은 그 그림을 눈도 깜빡이지 않고 응시하고 있었다.<br><br>“정말 이렇게 생겼어!?”<br><br>평소와 다르게 진지한 양의 표정에 루이즈는 조금 압도되어 버렸다.<br><br>“으, 으응. 맞아. 뭐 어슴푸레 기억하는 거라서 좀 다른 부분도 있겠지만…”<br><br>양은 루이즈에게 펜과 종이를 빼앗아 들고, 콜베르의 옆으로 갔다.<br><br>“죄송합니다. 하나 여쭙고 싶습니다만… 『파괴의 항아리』 라는 물건은 이런 모습임에 틀림없습니까?”<br>“네?”<br><br>갑자기 옆에서 말을 걸어오자 콜베르는 놀라면서도 종이에 그려진 『파괴의 항아리』 의 형상을 바라본다.<br>그리고 곧 긍정의 의미로 머리를 끄덕였다.<br><br>“그렇고 말고요! 바로 이겁니다. 단지, 윗부분이 좀 이렇게… 그리고 표면에는 이상한 문양이 그려져 있어서요… 이런… 문양이었습니다.”<br><br>콜베르가 루이즈의 그림에 몇 가지를 덧붙여 간다.<br>다 그려진 그림을 받아 든 양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림을 보고 있다.<br>그러다가 불쑥 고개를 들었다.<br><br>“그럼 이건 뭐에 쓰는 물건입니까?”<br>“네? 저기, 뭐랄까… 그저 오래 전부터 비보로서 다뤄지고는 있습니다만 사용법은 모르겠습니다.”<br>“아무도요? 올드 오스만도 말입니까?”<br><br>콜베르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던 오스만에게 질문했다.<br>그러나 원장은 겸연쩍어 하면서도 확실하게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br><br>“그렇습니까. 매직 아이템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특이한 항아리군요. 그럼 전 도움이 될 일은 없어 보이니 실례하겠습니다.”<br><br>보물 창고에서 총총걸음으로 사라져 가는 양의 뒷모습을 이상하다는 표정을 한 콜베르가 바라보았다.<br><br><br><br>보물창고를 나온 양은 급히 스즈리 광장으로 향했다. 스즈리 광장에는 벽돌로 만들어진 여성 고용인용의 숙소가 있다. 자그마하고 아담한 건물은 늦은 밤에도 불구하고 불이 켜져 있었다. 푸케가 일으킨 소동으로 모두 깨어나 버린 모양으로 안에서는 수런거리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br>양은 입구의 문을 쿵쿵쿵 하고 매우 급한 일인 듯 빠르게 두드렸다.<br>곧 문이 열렸다. 나온 사람은 눈부신 금발의 여성이었다.<br><br>“어머, 양 씨. 돌아왔나요? 미안하지만 지금은 좀…”<br>“죄송합니다! 로라 씨, 아니, 모든 분들께 급히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미스 롱빌을 보신 분은 없습니까?”<br><br>양은 평상시의 멍청한 모습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서두르는 기세였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메이드들도 그에게 다가왔다.<br>하지만 모두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양은 분한 듯한 표정으로 어깨를 떨구었지만, 금새 주머니에서 종이 조각을 꺼내어 펜을 사각거리며 뭔가를 적었다.<br>다 적은 종이쪽지는 로라에게 떠넘겨졌다.<br><br>“만약에, 정말 만약의 경우에 그렇다는 말입니다만… 미스 롱빌이 돌아오면 빨리 이걸 보여주십시오. 그리고 『당신이 박수 쳐준 곳에서 기다리겠다』 고 전해주세요!”<br><br>양의 필사적인 모습에 영문도 모르고 로라와 다른 메이드들은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br>그리고 양은 학원 바깥으로 달려나갔다.<br><br><br><br><br>그리고 아침이 되어 어디에 갔다 왔는지 몰라도 롱빌은 학교로 돌아왔다.<br>그녀는 문을 지나 본관 탑을 올려다보고는 보물 창고에 난 커다란 구멍을 확인했다. 그리고 본관 탑으로 들어가려는 찰나에 한 메이드가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br>메이드는 롱빌을 불러 세우고는 급히 로라를 찾으러 뛰어갔다.<br><br>학원 옆에 있는 숲의 나무 그늘에선 양이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br><br>“저기, 일어나 주시겠어요?”<br><br>롱빌이 그의 머리 위에서 소리쳤다. 하지만 그는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br><br>“이보세요! 당신이 부르지 않았나요!”<br><br>이번엔 몸을 흔들어 보았다. 그래도 양은 ‘우웅…’ 하고 항의하는 듯한 신음 소리를 냈을 뿐, 여전히 일어나지 않는다.<br>그녀는 지팡이를 꺼내 양에게 들이대었다.<br>그리고 지팡이를 가볍게 위로 올리자 동시에 양의 몸도 두둥실 떠올랐다.<br>이번에는 지팡이를 내렸다.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양의 몸은 땅바닥에 떨어져 버렸다.<br><br>“아야야야야야야…. 뭐, 뭐야, 대체!?”<br>“’뭐야’ 가 아니죠! 이 바쁜 때에 사람을 불러놓고는 잠이나 푹 자고 있다니, 무슨 생각이신가요!”<br><br>롱빌은 양의 옆에서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딱 버티고 서 있었다.<br>그녀를 올려다본 양은 겨우 꿈나라에서 돌아와 허리를 문지르며 당황한 듯 일어섰다.<br><br>“아차, 죄송합니다. 실은 어제도 오늘도 온갖 소동이 벌어져서 계속 중노동을 했거든요. 잠깐 눈 좀 붙인다고 했던 게 그만 푹 잠들어 버린 것 같네요.”<br><br>머리를 숙이며 사정을 설명하는 양을 보고 롱빌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br><br>‘후우…’ 하고 한숨을 쉰 그녀는 가슴께에 지팡이를 돌려놓고는 로라에게서 받은 편지를 꺼냈다.<br><br>“그것보다 이 편지에 대해서 하실 말씀이 있으신 모양이네요.”<br>“네, 맞습니다. 역시 그 마크를 알고 계셨군요.”<br>“그건… 그렇죠. 보물 창고에서 목록을 만들 때 봤어요. 이건 『파괴의 항아리』 의 표면에 그려져 있던 몇 개인가의 그림 중 하나죠.”<br>“네, 그렇겠지요. 어쨌든 그건 틀림없이 제 나라의 물건일 테니까요.”<br><br>롱빌의 눈이 금세 가늘어졌다.<br><br>“그건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파괴의 항아리』 가 당신의 나라의 물건인가요?”<br>“음,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살던 세상의 물건이라고 해야겠죠. 만들어진 나라는 다르고, 이미 그 나라는 멸망해 버렸으니까요. 그렇지만 『파괴의 항아리』 를 본 사람들이 그려준 그림을 보고 알았습니다. 내가 알던 것과 비슷한 마크가 그려져 있었으니까요.<br>그 마크, 국기예요. 골덴바움 왕조의.”<br><br>롱빌이 손에 든 종이조각에 그려진 그림은 그다지 잘 그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양이 그린 것이었다.<br>거기엔 날개를 펼친 머리가 두 개인 독수리… 같은 동물이 그려져 있었다.<br>은하제국군의 마크, 골덴바움 왕조를 상징하는 문장을 그릴 생각이었던 모양이다.<br>어쨌든 롱빌은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모양이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br><br>“과연, 그런 문장이었군요… 하지만, 그게 꼭 급히 전해야만 했던 일인가요? 아시는 대로 푸케 때문에 학원은 발칵 뒤집어졌다고요.”<br><br>학원을 돌아보는 롱빌에게 양은 느긋하게 대답했다.<br><br>“네, 아마 지금 당장에라도 알려드리지 않으면 안 되는 사실이겠죠.”<br><br>양의 느긋한 대답을 들은 롱빌에게선 느긋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br>그녀는 천천히, 날카로운 시선을 양에게 돌려주었다.<br><br>“다시 말해 어째서, 원장을 제쳐두고 제가 제일 먼저, 그것도 학원 밖에서 조용히 알려주셔야만 했는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br><br>그는 천천히 베레모를 고쳐 썼다.<br>찌르는 듯한 시선을 받고 있는 양이었지만 어디까지고 달관한 듯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는다.<br><br>“그건 다른 사람이 들으면 곤란한 이야기니까 그런 겁니다. 당신도, 저도 말이죠.”<br>“… 무슨 말씀이신지?”<br><br>그녀의 보폭이 소리도 없이 근소하게 넓혀져 비스듬한 자세를 갖춘다. 시선은 양의 눈을 똑바로 노려보고 있다.<br><br>“왜냐하면, 그게 엄청나게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사용 방법도 모르고서 어설프게 매만지다간 주변 몇 리그 정도는 순식간에 사라질 테니까요.”<br>“주변 몇 리그가 사라진다고요!?”<br><br>롱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비웃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br>진지한 표정의 양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br><br>그리고 그와 함께 소환된 도끼. 웬만한 마법으로도 상처 하나 낼 수 없었던 그 엄청난 기술력. 그 기술력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면 얼마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지 그녀에겐 상상도 되지 않았다.<br><br>“네, 사라집니다. 모든 게 날아가 버리고 먼지만 남습니다.<br>그리고 그 물건의 사용방법을 알고 있는 나도 표적이 되겠죠. 사용방법을 모르는 아이템 같은 건 단순한 짐일 뿐이니까요.”<br>“표적이 되다니… 푸케에게, 말입니까?”<br>“정확히 말하자면 푸케 ‘도’ 날 노리게 되겠죠. 왕궁도, 아카데미도 그 물건에 흥미를 갖고 있을 테니 말입니다.”<br><br>그녀의 입가가 부자연스럽게 치켜 올라갔다. 미소를 지으려 했지만 실패한 모양이다.<br><br>“그래서, 그 사실을 제가 알아야만 하는 이유는 뭔가요? 혹시라도 다른 메이지는 믿을 수 없으니까, 제게 지켜달라… 고 말씀하시려는 건가요?”<br><br>양은 유감이라는 듯이, 정말로 진심으로 유감이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br><br>“틀렸습니다. 위험한 물건이니까 돌려달라는 겁니다. 푸케 씨.”<br><br>양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에게 말했다.<br><br><br><br><br><br><br><br><strong><span style="FONT-SIZE: 130%">5화 : 파괴의 항아리 END</span></str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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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egory>자주번역</category>
		<pubDate>Wed, 25 Jun 2008 11:59:47 GMT</pubDate>
		<dc:creator>시대유감</dc:cre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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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CDATA[ 제로인 제독 4화 : 흙더미의 푸케 ]]> </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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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
			<![CDATA[ 
  <div style="text-align:center"><img class="image_mid" border="0" onmouseover="this.style.cursor='pointer'" alt="" src="http://pds9.egloos.com/pds/200806/24/48/a0008948_4860687c71c36.jpg" width="500" height="318.333333333" onclick="Control.Modal.openDialog(this, event, 'http://pds9.egloos.com/pds/200806/24/48/a0008948_4860687c71c36.jpg');" /></div><br>“야, 부탁 좀 하자니까~ 잠깐만 보자! 잠깐만, 응?”<br>“안~돼!! 저건 양의 물건이야. 다시 말해서, 발리에르 가의 물건이기도 하다고!”<br><br>마법학원의 저녁 무렵. 승마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루이즈의 방 앞에선 드물게도 퀴르케가 루이즈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퀴르케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루이즈도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고는 퀴르케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다.<br><br>“그러니까, 그래도 좀 어떻게 보여줄 수 없을까? 응? 부탁이야!”<br><br>퀴르케는 이제 양손을 모아 루이즈에게 비는 시늉까지 하면서 머리를 꾸벅 꾸벅 숙이고 있다.<br><br>“아, 정말…… 적당히 좀 해! 저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면, 간단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 거 아냐!? 무엇보다 그 물건은 지금 여기엔 없다고. 도난의 위험이 있으니까 보물 창고 안에 있어. 이젠 됐니? 자,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br><br>문 앞에서 루이즈에게 애걸복걸 하고 있던 퀴르케는 고양이처럼 쫓겨났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섹시하고. 커다란 고양이었지만.<br>‘쾅!’ 하고 문을 닫고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는 양에게 루이즈는 기분이 나빠진 듯 소리를 질렀다.<br><br>“너도 책만 읽지 말고 쟤들 떨궈낼 방법 좀 생각해 봐!”<br><br>양은 느긋하게, 한 마디만 했다.<br><br>“무릴걸.”<br><br>‘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수준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양의 태도에 루이즈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br><br>“무리라고 한 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잖아! 저런 큼지막한 다이아는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고! 게다가 잘라서 팔 수도 없고…”<br>“아무래도 할케기니아의 기술 수준으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겠지. 그럼 『연금』 의 마법을 걸어보면 어떨까?”<br>“그럼 가치가 없어지잖아! 저 도끼의 본체도, 다이아도 양쪽 모두 엄청난 가격으로 팔릴 게 분명하다니까?”<br><br><br><br><br><br><br><span style="FONT-SIZE: 130%"><strong>4화 : 흙더미의 푸케</strong></span><br><br><br /><br /><br><br><br>로젠리터의 도끼, 그 날은 거대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져 있었다.<br>그리고 롱빌은 오스만과 콜베르를 꿇어앉히고 한창 설교를 하는 중이었다.<br><br>연구실을 무너뜨릴 듯한 롱빌의 노호성에 힘입어, 지금까지 오스만과 콜베르가 벌였던 일도 학원 전체에 알려졌다. <br>그리고 원장 오스만을 비롯한 교직원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는 도끼는 그 자체가 경이로운 경도를 자랑하는 미지의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도 그와 마찬가지로 유명해졌다.<br><br><br>롱빌이 도끼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말하자 루이즈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br>양은 당연히 자기의 치료비를 착실하게 갚아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또한 기뻐했다.<br>그러나 양도 루이즈도 금새 깨달았다. 그 도끼를 파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br><br><br><br>가치가 너무나도 엄청났던 것이다.<br><br><br><br>날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고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함을 뽐내는, 누구도 부술 수 없는 도끼. <br>이건 다시 말해 가공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이 도끼는 전체를 묶어서 팔 수밖에 없다. <br>그러니 살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을 만큼 엄청난 돈이 움직여야 한다는 뜻도 된다.<br><br>고위 귀족이긴 하지만 아직은 일개 학생에 지나지 않는 루이즈. 그리고 이방인인 양. <br>이미 이 도끼의 가치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금액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br><br>게다가 이 물건이 ‘도끼’ 의 형태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br>할케기니아는 마법이 지배하는 세계다. 지배계급인 귀족은 메이지고, 그 상징은 지팡이다. 검이나 도끼는 평민의 무기였다. <br>지고의 가치를 가진 보석이 도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면, 이 물건의 소비자가 될 귀족이나 왕족의 입장에서 볼 때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br>특히 여성의 장식품으로선 최악의 디자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br><br>가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견고한 데다 날만 본체에서 빼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형태를 바꿀 수도 없다. <br>루이즈가 장담하건대 그렇다고 해서 이 물건의 본연의 용도인 「도끼」 로서 사용하기 위해 이걸 구입할 사람은 적어도 할케기니아엔 없을 것이다. <br>게다가 지팡이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br><br><br>이리하여, 양도 루이즈도 도끼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에 머리를 싸매게 되었다. <br>하지만 너무나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물건이니 방 구석에 놓아두는 것도 위험하다 싶어서, 일단은 학원의 보물 창고에 맡겨 두었다.<br><br>그래도 루이즈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지, 턱에 손을 대고는 방안을 우왕좌왕하며 걸어 다니고 만다.<br><br>“정말 괜찮을까? 또 그 대머리나 변태 할아버지가 멋대로 꺼내서 가져가거나 하진 않을까?”<br><br>루이즈는 고위 귀족이니 고향에서 보내오는 생활비의 양도 적은 건 아니다. <br>그래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엄청났던 양의 치료비를 대신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br>그런 루이즈도 이 도끼의 가치 앞에서는 동요를 감출 수 없을 정도였다.<br><br>“음, 괜찮지 않을까? 도끼를 넣어둔 케이스의 열쇠는 미스 롱빌이 관리하고 있으니까.”<br><br>양의 말에 루이즈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br><br>“롱빌이라니, 그 비서 말하는 거야?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혹시 그 도끼 도둑맞아 버리기라도 하면…”<br><br>“훔칠 생각이었다면 예전에 원장실 책상 위에서 봤을 때 훔쳤을 걸. 게다가 나한테 그런 도끼가 있고, 그게 내 것이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도 그녀였지. 아무런 득 될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보물 창고에 들어가려면 원장의 허가가 필요하지.”<br><br>“아, 그것도 그렇구나… 적어도 어떤 대머리처럼 부숴버리려고 하진 않겠지.”<br><br>루이즈는 양의 말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br>양은 변함없이 초조함이나 불안함과는 인연이 없는 듯 바닥에 앉아 차를 마신다. <br>그런데 그 순간 ‘불쾌함’ 과의 인연이 생겨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br><br>“우, 역시 맛 없어. 내일은 시에스타 씨에게 차를 타는 법을 배우도록 할게.”<br><br>“그러도록 해. 어쨌든 난 그 도끼에 대해서 아버님께 편지로 보고를 드려야겠어. 우리 가문에서 자주 이용하는 보석상을 소개해주실 거야.”<br><br>“아, 그거 말인데.”<br><br>양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황급히 찻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br><br>“보석으로서 사 줄 사람이 없다면, 그 이외의 용도로 팔면 어떨까?”<br><br>“보석 이외의 용도? … 설마 그걸 도끼로서 팔 생각이야!? 농담은 아니겠지? 당신이 살던 나라에선 그냥 도끼였을지 몰라도 이 할케기니아에선 그런 커다란 다이아, 아까워서라도 평민한텐 못 넘겨줘!”<br><br>어깨를 후들거리면서 항의하는 루이즈를 양은 ‘자, 자. 진정하고 이야기를 들어봐.’ 하고 달랜다.<br><br>“내 말은 무기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실용품으로서 팔 수 있었으면 한다는 거야. 예를 들어서 커터라던가, 연구용의 숫돌로 쓴다던가. 내가 살던 세계에선 다이아몬드 커터라고 부르곤 했는데, 할케기니아에서도 그런 물건이 있을까?”<br><br>양의 아이디어를 듣고는 루이즈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 ‘팡!’ 하고 손뼉을 치려 했다가 곧 다시 생각에 빠진다.<br>잠시 턱에 손가락을 대고는 ‘음…’ 하는 소리를 내고는,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br><br>“어쩔 수 없네… 내키지는 않지만, 아카데미에 있는 언니한테 연락해볼게.”<br><br><br><br><br><br>“헤에~ 그럼, 아카데미에 파실 생각이신가요?”<br><br>다음 날 오전, 주방에서 시에스타가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 넣을 찻잎을 가져오고 있었다.<br><br>“음… 아직은 몰라. 그렇지만 보석으로서 사용할 수 없다면 공구로서는 어떨까 하고 생각해서.”<br><br>양은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고 있다.<br>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부뚜막에 장작을 때며 물이 잘 끓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br><br>“저기, 시에스타 씨. 물은 이 정도면 괜찮을까?”<br><br>물은 막 끓기 시작해서 거품이 피어 오르고 있다.<br><br>“아뇨. 좀 더 끓여야 해요. 차는 물의 온도가 생명이니까 좀 더 신경을 써 주세요. 그럼 이제… 이쪽의 주전자에 찻잎을 넣어 보실래요?”<br><br>양은 아무 생각 없이 차 단지에서 찻잎을 집어내어 주전자에 넣으려 했다.<br>시에스타의 손이 양의 손을 ‘짝!’ 하고 때렸다.<br><br>“아, 안돼요, 안돼요! 2인분의 차를 탈 거니까 찻잎도 딱 2인분에 맞는 양만 집어넣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떫거나 맛이 옅어져요!<br>그럼, 이번엔 찻잎을 넣은 주전자에 잘 끓어서 거품이 둥실둥실 떠오른 물을 재빨리 붓는 거예요. 컵은 보통 미리 데워 두는 게 좋다고 해요. 그렇지만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건 각자 취향에 맞추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br><br>“그런가? 그럼 미스 발리에르의 취향에 관해서 물어봐야겠구나.”<br><br>시에스타의 지시에 따라 양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차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br>아침식사의 뒷정리를 마치고 점심식사 준비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휴식시간에, 주방에서 젊은 아가씨와 단 둘이 앉아 차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있다니. 자기의 이런 모습을 포플런이나 쇤코프가 보기라도 한다면 뭐라고 놀려댈지 속으로 생각만 해도 쓴웃음이 나온다.<br><br>언제 올지도, 정말로 올지도 알 수 없는 구조대 중에 혹시나 아텐보로나 이젤론의 고위 사관들이 섞여있지 않기를, 사치스러운 소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빌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br><br>그런 부정한 바람을 마음에 품은 채 시에스타가 직접 전수해준 방법대로 차를 두 잔 만들었다. <br>둘이서 입에 댄 그 차는 양의 사치스러운 소원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br>정확히 말하자면 여전히 맛은 별로였지만.<br><br><br>“음… 나는 재능이 없는 모양이네.”<br><br>“그렇지 않아요!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잖아요. 연습하면 분명 맛있는 차를 탈 수 있을 거예요!”<br><br>맛없는 차를 마시고도 열심히 그를 격려해주는 시에스타의 모습에 양은 조금 기뻤고, 동시에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다.<br><br>“알았어, 힘내 볼게. 빨래나 청소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네.”<br><br>“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가르쳐 드릴게요. 함께 노력해보죠!”<br><br>검은 머리의 주근깨 소녀는 작지만 기운 넘치는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br><br>군대에서 산전 수전 다 겪어본 노련한 사람들과 서로 속이고, 숨겨진 수를 읽어내고, 서로 죽이려고 기를 써야 했던 양에게 시에스타의 그 모습은, 마치 마음 속이 청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각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br>아니, 그 시절에는 여자랑 연이 없었으니까 30대에 접어들어서 처음 맞이하는 청춘일까?<br><br><br>“구조대가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얼마 간은 그냥 여기에서 지내 볼까.”<br><br>할케기니아의 좋은 점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는 양이었다.<br><br><br><br><br><br>그 날 점심시간, 학원의 보물 창고.<br>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보물창고는 본탑 원장실의 바로 아래에 있다. <br>원장이 숨겨놓은 비장의 보물부터 온갖 잡동사니까지 이런 저런 물건이 보관된 거대한 철문의 열쇠는 올드 오스만이 관리하고 있었다.<br>그 문이 지금 열려 롱빌과 몇 명인가의 교사들이 안에서 하나의 케이스를 둘러싸고 수근 대고 있었다. <br>긴 검은 머리에 새까만 로브를 몸에 두른 음울한 분위기의 젊은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br><br>“이게, 그 도끼인가…”<br><br>보라색 로브를 걸친 중년 여성, 예전에 루이즈의 마법이 폭발하는 바람에 멀리 날아가 버렸던 미세스 슈브르즈가 도끼에 지팡이를 들이댄다.<br><br>“이건 정말로 틀림없는 다이아몬드군요. … 아니, 기다리십시오. 이건… 너무 대단합니다! 다이아보다도 충격에 강하니, 이거라면 분명 무기로서도 사용할 수 있겠군요!”<br><br>주변에서 ‘다이아보다 단단하다는 건가?!’ ‘믿을 수가 없군’ 등의 탄성이 흘러나온다.<br>다른 교사들도 마치 홀린 듯 도끼를 마법으로 조사하고 강도를 확인하고는 날 부분만 따로 빼 볼 수 없을까 하고 낑낑대고 있다. <br>그러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스만과 콜베르가 그랬던 것처럼 무서울 정도로 단단하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br><br><br>롱빌이 ‘팡팡’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쳐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br><br>“자, 자, 여러분. 점심시간도 이제 곧 끝입니다. 이제 보물 창고의 문을 닫을 테니 나가 주세요.”<br><br>교사들은 마지못해 보물 창고에서 나갔다. 하지만 도끼의 케이스에 자물쇠를 채운 롱빌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 미세스 슈브르즈가 알아차렸다.<br><br>“미스 롱빌은 나오지 않나요?”<br><br>“네. 전 보물 창고의 목록을 만들려고요. 오랜만에 보물 창고에 왔으니 이 기회에 해둬야죠.”<br><br><br>비서는 교사들이 모두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보물 창고의 문을 닫았다.<br>창문도 없이 깜깜한 보물 창고 안에서 마법의 빛이 새어 나온다. 아무도 없는 창고에는 알 수 없는 보물과 잡동사니들이 죽 늘어서 있다.<br><br>그녀는 그것들을 곁눈질로 흘깃 보고는 커다란 케이스 앞에 섰다. <br>케이스를 열자 금속제의 통인지 항아리인지 모를 물건이 들어 있었다. 높이는 1미터 정도. 케이스에는 그 물건의 이름표가 붙어있다.<br>이름표를 읽어본 롱빌은, 악의가 명백히 드러나는 미소를 지었다.<br><br>“후후후… 이게 원장이 숨겨놓은 『파괴의 항아리』 인가?”<br><br>입가 가장자리를 치켜 올리며 마법의 빛을 가까이 비춰 표면에 그려진 문양을 뜯어본다.<br><br>“흐음, 못 읽겠네. 어느 나라의 물건일까?”<br><br>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로젠리터의 도끼가 들어있는 케이스가 보인다.<br>그녀의 머릿속에 머나먼 이국에서 소환된 개운찮은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옷이나 소지품에 쓰여 있던 문자 비슷한 것들도.<br>그녀가 기억하는 그 문자와 눈앞의 『파괴의 항아리』 에 쓰여 있는 문자를 불에 비춰 대조해 본다.<br><br><br>“… 혹시, 그 녀석이라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br><br>이번에는 보물 창고를 둘러싼 벽을 조사해 본다.<br>시험 삼아 벽에 『연금』 의 마법을 걸어보았으나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br>가볍게 지팡이로 건드리자 둔탁한 소리가 되돌아온다. 그리고 손으로 직접 벽을 만져보고, 벽의 두께나 재질을 살펴보았다.<br><br><br>“이건 안되겠네. 『고정화』 이외의 마법은 걸려 있지 않지만, 내 골렘으로 후려친다고 해도 부서지지 않을 만한 강도야. 미리 상처를 내거나 틈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그런 건 불가능하겠지.”<br><br>롱빌은 보물 창고를 한번 가볍게 둘러보고는 낙심하여 어깨를 늘어뜨렸다.<br><br>그리고 종이와 펜을 꺼내 이번에는 정말로 보물 창고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br>그러나 그 입에선, 적어가고 있는 보물의 목록과는 다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br><br>“원장이 숨겨놓은 비장의 보물 『파괴의 항아리』 라, 갖고 싶은 걸… 하지만, 내 골렘의 완력으로는 무린가. 지금 바로 훔친다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서는 『제가 범인입니다』 하고 말하는 꼴이니까. 뭐, 안에 들어올 구실은 생겼고, 밤에는 당직을 맡은 교사들도 잠이나 처자고 있을 테니 초조해할 필요는 없겠지. 훔칠 방법을 차근차근 생각해보도록 할까. <br>그건 그렇고, 아깝네. 매직 아이템은 아니지만, 양의 도끼는 이 항아리보다도 훨씬 가치가 있을 것 같으니. 아아~ 아까워. 그 녀석이 귀족이었으면 사양 않고 가져갔을 텐데…”<br><br><br>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양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위 군인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속셈도 없는 듯한, 느긋하고 온화한… <br>아니, 방금 전까지 자다가 깨어나기라도 한 듯이 긴장감 없는 얼굴이.<br>갑자기 자기의 얼굴에서도 그 얼굴과 비슷할 정도로 긴장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br>당황한 롱빌은 황급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다.<br><br><br>그 때,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br>그녀는 다시 서둘러서 성실하게 목록을 만드는 척 한다.<br><br>“미스 롱빌인가?”<br><br>문을 연 사람은 오스만이었다.<br><br>“어머, 올드 오스만. 무슨 일이신가요?”<br>“그냥, 점심시간이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아서 어떻게 된 건지 보러 왔지.”<br><br>오스만은 말을 하면서 롱빌에게 걸어왔다.<br><br>“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실은, 보물 창고의 목록을 만들어볼까 해서요.”<br><br>“오오, 그런가 그런가. 변함없이 열심히 일하는구먼!”<br><br>“그리고 원장님께서는 변함없이 밝히시는군요!”<br><br>비서의 엉덩이를 만지던 오스만은 롱빌의 구두 굽에 맞아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br><br><br><br><br>그 날 밤, 루이즈의 방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br>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루이즈는 깜짝 놀라 엄청나게 소리를 질렀다.<br><br>“우와앗!? 아버님께서 벌써 답장을 보내셨어! 오늘 아침에 편지를 보냈는데 빠르기도 하네.”<br><br>“헤에~ 공작 정도 되면 꽤 바쁘실 것 같은데 대단하네. 네 편지를 받고서 무척이나 기뻐하신 모양이야.”<br><br>서둘러서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어본 루이즈는 더더욱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았다.<br><br>“에에~? 왜 이러시는 거지? 내일 저녁, 왕궁에 그 도끼를 갖고 오라시는데!?”<br><br>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br><br><br><br>다그에의 요일, 방과 후. 학교 정문에 선 루이즈와 양의 앞에 왕궁에서 보낸 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br>그리고 두 사람의 뒤에는 도끼가 들어있는 케이스를 손에 든 롱빌도 있었다.<br><br>“고맙습니다, 미스 롱빌. 그럼 가져가겠습니다.”<br><br>양이 롱빌이 둔 케이스에 손을 뻗자 그녀는 정중하게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br><br>“아뇨, 아뇨. 이 물건은 어떤 연유에서든 제가 열쇠를 보관하고 관리하고 있던 것이니, 왕궁까지 확실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br>　 <br>그 말을 들은 루이즈는 이상하다는 듯 롱빌을 쳐다본다.<br><br>“저기, 미스 롱빌. 당신은 비서 일도 바쁘실 텐데…”<br><br>부드럽게 거절하려던 루이즈를, 비서는 조용히 오른손으로 저지했다.<br><br>“죄송합니다만 이 도끼의 가치는 보석으로서도, 연구 소재로서도 지극히 엄청난 물건입니다. 그 변태 할… 에헴! 오스만 씨와 미스터 콜베르의 예도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흙더미의 푸케』 가 날뛰고 있기도 하니 확실하게 왕궁까지 보호하겠습니다.”<br><br>루이즈와 양은 왠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도끼의 가치를 생각하면 분명 호위도 없이 달랑 마차 한 대로 운반하는 건 좀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롱빌이 함께 가는 것에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br><br><br><br><br>마차는 해지는 초원을 지나 트리스타니아로 향했다.<br>처음으로 도시에 와본 양은 누가 봐도 뻔히 알 수 있을 만큼 설레고 있었다. <br>계속 창문에서 마차의 진행방향을 눈 여겨 보고 있었으니까. <br><br>옆에 앉은 루이즈는 그런 양을 「꼴사납잖아. 가만히 좀 있어!」 하고 달래 보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br>그들의 앞자리에 앉은 롱빌은 도끼가 든 케이스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있었다.<br><br><br>“저기, 미스 발리에르. 해가 질 때까지 도시에 도착할 수 있는 거야? … 아차, 어험.”<br><br>너무 들떠서 눈앞에 롱빌이 있는데도 존댓말을 쓰는 걸 잊고 있었다. 당황해서 기침을 하고 다시 말하려 하는 양에게 롱빌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br><br>“두 분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제 앞에선 조심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br><br>롱빌의 배려에 양은 황송해했다. 루이즈는 부끄러운 듯이 눈을 내리뜬다.<br><br><br>조금 전의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양은 롱빌에게 물어보았다.<br><br>“그런데, 아까 말씀하셨던 『흙더미의 푸케』 란 뭔가요?”<br><br>“그 이야기 말이시군요. 성까지는 아직 조금 더 걸릴 듯하니 여기에서 말씀을 드리죠.”<br><br>롱빌과 루이즈는 트리스테인의 귀족들을 공포에 빠뜨린 괴도(怪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br><br><br>『흙더미의 푸케』. 최근 트리스테인을 어지럽히는 신출귀몰한 대 괴도의 이름이다.<br>흙 계통의 트라이앵글 클래스 메이지라는 소문이고, 『고정화』 된 벽과 금고를 『연금』 을 사용해 흙으로 바꾸어 버린다. 또한, 30미터나 되는 골렘을 조종하여 백주대낮에 당당하게 왕립 은행을 습격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밤중을 틈타 능란한 솜씨로 보물을 훔치기도 한다.<br><br>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고, 행동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도 알 수 없어, 전원 마법사로 구성된 근위대 조차도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그리고 범행장소에는 반드시 『비장의 ○○, 확실하게 받아갑니다. 흙더미의 푸케』 라고 웃기지도 않는 흔적을 남긴다.<br><br>기본적으로 푸케가 노리는 건, 귀족이 가진 강력한 마법이 부여된 매직아이템이라고 한다.<br><br><br><br>“매직 아이템을 노린다면 그 도끼는 범행 대상에서 벗어나겠군요? 그리고 전 귀족이 아니니.”<br><br>그런 질문을 하는 양에게 루이즈는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br><br>“멍청하긴. 마력은 들어있지 않아도 그 도끼엔 월등한 가치가 있잖아.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분명히 노리고 있겠지. 그리고 넌 내 사역마잖아. 그러니까 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지도 몰라.”<br><br>루이즈의 의견에 롱빌도 고개를 끄덕인다.<br><br>“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저 혼자선 조금 역부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반드시 두 분과 도끼를 왕궁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br><br>자신을 가지고 가슴을 펴며 말하는 롱빌을 보고 양은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꼈다.<br><br><br><br>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둑어둑해진 초원 저편에 있는 트리스타니아의 등불이 보이기 시작했다.<br><br><br><br>양은 인생의 대부분을 우주에서 보냈다.<br>소년 시절에는 열 여섯이 되기 직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행성 사이를 오가는 상선에 타고 온갖 별을 돌아다녔다.<br><br>사관학교 시절이나 군대에 있을 때는 지상 근무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동맹과 제국의 전쟁은 대부분이 우주공간에서 이뤄진 함대전이였기 때문에, 배에 타고 우주를 돌아다닌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이젤론 요새 사령관 겸 이젤론 주둔 함대사령관 겸 동맹군 최고 막료회의 의원」 이라는 지위로 이젤론 요새에 부임했고, 몇 번인가 그 요새를 탈환한 적도 있었다.<br><br>다시 말해 양은 땅 위에서 생활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br>하물며 애완동물 이외의 생물이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세계의 도시 같은 건 책에서밖에 본 적이 없다. <br>그는 우주에서 과학에 둘러싸여 살아왔으니까.<br><br>그러니 그가 이렇게 들뜬 것도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br><br><br><br>“우와~!! 대단하다, 횃불이야! 진짜로 불을 붙여서 등으로 쓰는구나! 불빛은 전부 마법으로 해결하는 줄 알았어. 어? 저기 보이는 건… 나귀다! 멋지구나… 거리에 나귀가 돌아다닐 줄이야! 오오, 저건! 사람이 짐수레를 끌고 있어! 짐은… 본 적 없는 야채군. 그것도 흙이 묻은 야채야!! 그건 그렇고 뭐 이리 길이 좁지? 아, 맞다. 성에 적이 바로 침입하기 어렵게 좁고 구불구불하게 미로처럼 만들어 놓은 거구나. 어? 길가에 떨어져있는 저건… 말똥인가? 하하하, 그렇겠지. 동물이 있으면 당연한 일이지. 그래도 냄새는 심하네. 위생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하겠는걸.”<br><br>하얀 석조의 성 아래에 있는 마을 트리스타니아에 들어가자 마자 양은 어린애처럼 마차 창문에 착 달라붙어서 계속 흥분하고 있었다. <br>아무튼 양이 보기에는 수많은 역사서에 기재된 고대 지구의 풍경이, 테마파크가 아닌 진짜 중세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br>역사가 지망이었던 양에게 있어선 이미 천국과도 같은 세계였다.<br><br>그와는 반대로 여성 2인조가 보기에 이 상황은 한 마디로 지옥이었다. <br>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성인 남성이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떠들고 있으니. <br>그것도 자기들에게는 익숙한, 도무지 어디가 재미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을 보고는 환호하고 있으니 즐거울 리가 없는 것이다.<br><br>마차 앞에서도 억지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부는 죽을 힘을 다해 웃음을 참고 있으리라.<br><br><br><br>루이즈가 팔꿈치로 양을 찌른다.<br><br>“야, 너… 창피하잖아! 좀 진정하라고!”<br><br>옆구리를 찔린 양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br><br>“아, 이런, 미안. 너무 들떠있었네. 조심할… 우와!! 믿을 수가 없어! 저건 모피 가게!? 처음 봤네. 동물의 가죽을, 저기… 무두질하고 있는 걸까? 이야~! 저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br><br>정신을 차리자 마자 금새 길가에 늘어선 가게에 눈길이 꽂힌다. <br>양은 방금 루이즈가 뭐라고 한 것도 잊어버리고는 마차 창문에서 몸을 내밀려 했다.<br><br>콱!<br><br>루이즈는 양의 힘을 있는 힘껏 밟았다.<br>소리도 내지 못한 채 밟힌 발을 얼싸안고 괴로워하는 양을 보며 롱빌도 큭큭거리며 웃고 만다.<br><br><br><br><br>브루돈네의 큰 거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 대 저택의 문을 빠져 나와 큰 성문을 통과한 마차는 트리스테인 성에 도착했다. <br>루이즈와 양, 그리고 케이스를 손에 든 롱빌은 성 안의 한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br><br>왕궁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호화로운 방 안에선 초로의 남성과 20대의 여성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br><br><br>“오오, 루이즈. 오랜만이로구나.”<br><br>“아버님! 건강해 보이시니 마음이 놓입니다!”<br><br>그렇게 말한 루이즈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뺨에 입을 맞추었다.<br><br>“그건 그렇고, 어째서 왕궁인가요? 별채가 있는데.”<br><br>“실은 왕궁에 용무가 있어서 말이지. 겸사겸사 그렇게 됐구나.”<br><br>루이즈가 키스를 한 건 발리에르 공작이었다. <br>쉰을 넘어 흰 머리가 섞인 블론드와 콧수염, 왼쪽 눈에는 안경을 쓴,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초로의 남성이었다. <br>왕족에도 뒤지지 않을 법한 호화로운 의상을 몸에 걸친 이 사람이 바로 루이즈의 아버지이다.<br><br><br><br>“그리고… 저기, 오랜만에 뵙습니다. 언니.”<br><br>그리고 또 한 사람은 아름다운 긴 금발머리를 지닌 키가 큰 여성이었다. <br>루이즈의 고집 센 부분만을 모두 모아서 꾹꾹 눌러 담아 발효시키면 아마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br>안경 너머로 노려보는 시선에 루이즈는 잔뜩 위축되고 있었다.<br><br>“오랜만이구나, 꼬맹이. 그럼 말했던 물건을 볼 수 있을까?”<br><br>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태도에 루이즈는 겁을 먹고는 주눅이 들어 버린다.<br><br>“저, 저어, 언니… 재회의 입맞춤 정도는…”<br><br>“필요 없어. 난 아카데미의 수석 연구원 일로 바쁘거든. 그런 나를 일일이 불러내서까지 팔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어떤 물건인지 기대되는구나. 빨리 꺼내봐!”<br><br>“잠깐, 엘레오놀. 그렇게 서두르지 말고…”<br><br>어떻게든 딸을 만류하려는 공작을 엘레오놀은 ‘찌릿!’ 하고 노려보았다.<br>입이라도 열면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에 루이즈도 쩔쩔매고 있다. <br>문 앞으로 물러서 있던 양과 롱빌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만다.<br><br><br>“거기 있는 평민!”<br><br><br>느닷없이 ‘평민’ 이라고 자기를 부르는 바람에 양은 순간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했다.<br><br>“상당히 특이한 모습인데, 당신이 루이즈가 소환했다는 다른 나라에서 온 평민인가?”<br><br>양은 자유행성동맹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br>하얀 별 마크가 들어간 검은 베레모, 옷깃에 아이보리 화이트 색의 스카프를 찔러 넣은 검은 점퍼, <br>그리고 스카프와 같은 색의 평상복 바지에 검은 단화.<br><br>자유행성동맹에서는 평범한 군복이었지만, 당연히 할케기니아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복장이다.<br><br>“네. 양 웬리라고 합니다. 발리에르 가 장녀이신 엘레오놀 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br><br>양은 공손하게 절을 올렸지만 엘레오놀은 ‘흥’ 하고, 하찮은 물건이라도 보는 것처럼 양을 내려다볼 뿐이었다.<br>아무리 상대가 평민이라고는 해도 예의 없는 태도에 옆에서 보고 있던 롱빌도 눈살을 찌푸린다.<br>그러나 특별히 불만을 말하지는 않고, 양의 재촉하는 시선에 담담하게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도끼를 꺼냈다.<br><br>그 순간, 공작도 엘레오놀도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들의 시선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도끼의 날에 박힌 채로 움직이지 못한다.<br><br>“그럼, 분명히 도끼를 전해드렸으니 전 실례하겠습니다.”<br><br>그렇게 말하고 롱빌은 등을 돌렸다.<br>문고리에 손을 대는 비서에게 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br><br>“미스 롱빌, 벌써 돌아가시는 겁니까? 이런 밤중에는 역마차도 없을 텐데…”<br><br>“걱정 마세요. 마을의 아는 사람 집에서 하루 묵고, 내일 아침 첫 마차로 학원에 돌아갈 테니까요.”<br><br>그렇게 말하고는 롱빌은 방에서 나갔다.<br><br><br><br>방에는 루이즈와 양, 그리고 도끼를 손에 들고 뚫어지게 바라보는 공작과 엘레오놀이 남았다.<br>발리에르 가의 부녀는 학원에서 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끼의 재질과 강도를 확인하고, ‘다이아로 된 날 부분을 분리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낸 방법과 마법을 이것저것 시험해 본다.<br>물론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을 만큼 튼튼함」 이란 결론에 도달했다.<br><br><br><br>엘레오놀은 공작이 손에 쥔 도끼의 날 부분에 매료되고 말았다.<br><br>“멋져… 아카데미에 가지고 가 반드시 날을 본체에서 분리해 보이겠어요!”<br><br>도끼를 불빛에 비추어 보면서 공작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br><br>“음! 부탁하마, 엘레오놀. 이 정도의 다이아가 있다면 공주 마마의 결혼식에 눈이 부실 정도의 보석으로 웨딩드레스를 장식하고, 발리에르의 이름을 널리 떨칠 수 있겠지.”<br><br>공주 마마의 결혼식이라는 말을 들은 루이즈는 깜짝 놀라 ‘네!?’ 하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br>기겁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루이즈를 본 공작은 기침을 몇 번 하고는 이야기를 꺼낸다.<br><br>“그런가. 아직 루이즈는 몰랐던 모양이구나. 실은 공주 마마께서 게르마니아의 알브레히트 3세에게 시집을 가시게 되었단다.”<br>“게르마니아라고요!?”<br><br>루이즈의 놀라움은 한층 더해져 또 한번 눈이 동그래진다.<br><br>“어째서인가요!? 어째서 그런 전통도 없는 녀석들의 나라에!!”<br><br><br><br>“게르마니아와 동맹을 맺기 위해서지요.”<br><br>느닷없이 문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br>거기엔 호사스런 드레스를 몸에 걸치고 왕관을 머리에 쓴, 풍만한 여성이 서 있었다.<br><br>“실례. 몇 번이나 노크를 했습니다만 대답이 없으셔서, 멋대로 들어왔습니다.”<br><br>“이런, 이런 마리안느 님. 폐하께서 오시는 줄도 몰랐다니, 실례했습니다.”<br><br>그렇게 말한 공작은 마리안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엘레오놀도 루이즈도 정중히 무릎을 꿇는다. 따라서 양도 그들의 뒤로 물러서 무릎을 꿇었다.<br>마리안느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br><br>방 안으로 들어온 마리안느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도끼에 시선이 멈추었다.<br><br>“호오… 이게 소문의… 과연. 이거라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왕관이나 목걸이를 만들 수 있겠군요.”<br><br>공작도 자랑스러운 듯 도끼를 마리안느에게 건넨다.<br><br>“하하. 과연 폐하십니다. 귀가 밝으시군요. 거 참, 결혼식 날까지 비밀로 해 두었다가 폐하와 공주 마마를 놀라게 해 드리려고 했습니다만.”<br><br>“호호호, 그건 기쁘군요. 하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다이아를 가진 평민이 사역마로서 소환되었다고 한다면, 소문이 질풍처럼 빠르게 돌아다녀도 어쩔 수 없는 것. 듣고 싶지 않아도 귀에 들어오는 법이죠.”<br><br>그녀도 만족했는지 다이아로 된 도끼 날을 빛에 비추어보고 있다.<br>그리고 마리안느는 공작의 뒤에 서 있던 양에게 눈길을 주었다.<br><br><br>“그래서, 먼 이국의 땅에서 소환된 평민 사역마여. 이 물건의 이름은 뭐라고 하는가? 자네는 어디에서 왔는가?<br><br>엘레오놀이 깜짝 놀라 그들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br><br>“폐, 폐하! 천한 평민에게 직접 말을 거실 것 까진…”<br><br>하지만 마리안느는 엘레오놀의 말을 손을 들어 막았다.<br><br>“알비온에서 벌어진 내전도 반란군 레콘 키스타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게르마니아와의 군사 동맹은 트리스테인의 방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내 딸인 앙리에타도 게르마니아에 시집을 가는 것이고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라고 해도 힘이 있으니까요. 그 나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