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부탁 좀 하자니까~ 잠깐만 보자! 잠깐만, 응?” “안~돼!! 저건 양의 물건이야. 다시 말해서, 발리에르 가의 물건이기도 하다고!” 마법학원의 저녁 무렵. 승마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루이즈의 방 앞에선 드물게도 퀴르케가 루이즈에게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퀴르케가 저자세로 나오는 것이 루이즈도 꽤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펴고는 퀴르케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래도 좀 어떻게 보여줄 수 없을까? 응? 부탁이야!” 퀴르케는 이제 양손을 모아 루이즈에게 비는 시늉까지 하면서 머리를 꾸벅 꾸벅 숙이고 있다. “아, 정말…… 적당히 좀 해! 저 물건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다면, 간단히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 거 아냐!? 무엇보다 그 물건은 지금 여기엔 없다고. 도난의 위험이 있으니까 보물 창고 안에 있어. 이젠 됐니? 자, 포기하고 방으로 돌아가!” 문 앞에서 루이즈에게 애걸복걸 하고 있던 퀴르케는 고양이처럼 쫓겨났다. 고양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섹시하고. 커다란 고양이었지만. ‘쾅!’ 하고 문을 닫고는 바닥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책을 읽는 양에게 루이즈는 기분이 나빠진 듯 소리를 질렀다. “너도 책만 읽지 말고 쟤들 떨궈낼 방법 좀 생각해 봐!” 양은 느긋하게, 한 마디만 했다. “무릴걸.”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수준으로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양의 태도에 루이즈는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무리라고 한 마디로 끝낼 일이 아니잖아! 저런 큼지막한 다이아는 너무 비싸서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고! 게다가 잘라서 팔 수도 없고…” “아무래도 할케기니아의 기술 수준으로는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겠지. 그럼 『연금』 의 마법을 걸어보면 어떨까?” “그럼 가치가 없어지잖아! 저 도끼의 본체도, 다이아도 양쪽 모두 엄청난 가격으로 팔릴 게 분명하다니까?” 4화 : 흙더미의 푸케 로젠리터의 도끼, 그 날은 거대한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롱빌은 오스만과 콜베르를 꿇어앉히고 한창 설교를 하는 중이었다. 연구실을 무너뜨릴 듯한 롱빌의 노호성에 힘입어, 지금까지 오스만과 콜베르가 벌였던 일도 학원 전체에 알려졌다. 그리고 원장 오스만을 비롯한 교직원들 전부가 달려들어도 상처 하나 나지 않았다는 도끼는 그 자체가 경이로운 경도를 자랑하는 미지의 물질로 만들어져 있다는 사실도 그와 마찬가지로 유명해졌다. 롱빌이 도끼를 비싼 값에 팔 수 있다고 말하자 루이즈는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양은 당연히 자기의 치료비를 착실하게 갚아 나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 또한 기뻐했다. 그러나 양도 루이즈도 금새 깨달았다. 그 도끼를 파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가치가 너무나도 엄청났던 것이다. 날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져 있고 신화에서나 나올 법한 거대함을 뽐내는, 누구도 부술 수 없는 도끼. 이건 다시 말해 가공도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이 도끼는 전체를 묶어서 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살 사람이 있다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을 만큼 엄청난 돈이 움직여야 한다는 뜻도 된다. 고위 귀족이긴 하지만 아직은 일개 학생에 지나지 않는 루이즈. 그리고 이방인인 양. 이미 이 도끼의 가치는 두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의 금액을 뛰어넘은 지 오래였다. 게다가 이 물건이 ‘도끼’ 의 형태라는 점도 문제가 된다. 할케기니아는 마법이 지배하는 세계다. 지배계급인 귀족은 메이지고, 그 상징은 지팡이다. 검이나 도끼는 평민의 무기였다. 지고의 가치를 가진 보석이 도끼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면, 이 물건의 소비자가 될 귀족이나 왕족의 입장에서 볼 때 별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의 장식품으로선 최악의 디자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가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견고한 데다 날만 본체에서 빼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형태를 바꿀 수도 없다. 루이즈가 장담하건대 그렇다고 해서 이 물건의 본연의 용도인 「도끼」 로서 사용하기 위해 이걸 구입할 사람은 적어도 할케기니아엔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지팡이로 쓰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다. 이리하여, 양도 루이즈도 도끼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에 머리를 싸매게 되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엄청난 가치를 지닌 물건이니 방 구석에 놓아두는 것도 위험하다 싶어서, 일단은 학원의 보물 창고에 맡겨 두었다. 그래도 루이즈는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지, 턱에 손을 대고는 방안을 우왕좌왕하며 걸어 다니고 만다. “정말 괜찮을까? 또 그 대머리나 변태 할아버지가 멋대로 꺼내서 가져가거나 하진 않을까?” 루이즈는 고위 귀족이니 고향에서 보내오는 생활비의 양도 적은 건 아니다. 그래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을 만큼 엄청났던 양의 치료비를 대신 내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루이즈도 이 도끼의 가치 앞에서는 동요를 감출 수 없을 정도였다. “음, 괜찮지 않을까? 도끼를 넣어둔 케이스의 열쇠는 미스 롱빌이 관리하고 있으니까.” 양의 말에 루이즈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뜬다. “롱빌이라니, 그 비서 말하는 거야?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야? 혹시 그 도끼 도둑맞아 버리기라도 하면…” “훔칠 생각이었다면 예전에 원장실 책상 위에서 봤을 때 훔쳤을 걸. 게다가 나한테 그런 도끼가 있고, 그게 내 것이라는 걸 가르쳐준 사람도 그녀였지. 아무런 득 될 것도 없는데 말이야. 그리고 보물 창고에 들어가려면 원장의 허가가 필요하지.” “아, 그것도 그렇구나… 적어도 어떤 대머리처럼 부숴버리려고 하진 않겠지.” 루이즈는 양의 말에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양은 변함없이 초조함이나 불안함과는 인연이 없는 듯 바닥에 앉아 차를 마신다. 그런데 그 순간 ‘불쾌함’ 과의 인연이 생겨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 역시 맛 없어. 내일은 시에스타 씨에게 차를 타는 법을 배우도록 할게.” “그러도록 해. 어쨌든 난 그 도끼에 대해서 아버님께 편지로 보고를 드려야겠어. 우리 가문에서 자주 이용하는 보석상을 소개해주실 거야.” “아, 그거 말인데.” 양은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황급히 찻잔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보석으로서 사 줄 사람이 없다면, 그 이외의 용도로 팔면 어떨까?” “보석 이외의 용도? … 설마 그걸 도끼로서 팔 생각이야!? 농담은 아니겠지? 당신이 살던 나라에선 그냥 도끼였을지 몰라도 이 할케기니아에선 그런 커다란 다이아, 아까워서라도 평민한텐 못 넘겨줘!” 어깨를 후들거리면서 항의하는 루이즈를 양은 ‘자, 자. 진정하고 이야기를 들어봐.’ 하고 달랜다. “내 말은 무기가 아니라도 좋으니까 실용품으로서 팔 수 있었으면 한다는 거야. 예를 들어서 커터라던가, 연구용의 숫돌로 쓴다던가. 내가 살던 세계에선 다이아몬드 커터라고 부르곤 했는데, 할케기니아에서도 그런 물건이 있을까?” 양의 아이디어를 듣고는 루이즈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리고 ‘팡!’ 하고 손뼉을 치려 했다가 곧 다시 생각에 빠진다. 잠시 턱에 손가락을 대고는 ‘음…’ 하는 소리를 내고는, 포기한 듯 한숨을 쉬며 어깨를 늘어뜨렸다. “어쩔 수 없네… 내키지는 않지만, 아카데미에 있는 언니한테 연락해볼게.” “헤에~ 그럼, 아카데미에 파실 생각이신가요?” 다음 날 오전, 주방에서 시에스타가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 넣을 찻잎을 가져오고 있었다. “음… 아직은 몰라. 그렇지만 보석으로서 사용할 수 없다면 공구로서는 어떨까 하고 생각해서.” 양은 부뚜막에서 물을 끓이고 있다.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부뚜막에 장작을 때며 물이 잘 끓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저기, 시에스타 씨. 물은 이 정도면 괜찮을까?” 물은 막 끓기 시작해서 거품이 피어 오르고 있다. “아뇨. 좀 더 끓여야 해요. 차는 물의 온도가 생명이니까 좀 더 신경을 써 주세요. 그럼 이제… 이쪽의 주전자에 찻잎을 넣어 보실래요?” 양은 아무 생각 없이 차 단지에서 찻잎을 집어내어 주전자에 넣으려 했다. 시에스타의 손이 양의 손을 ‘짝!’ 하고 때렸다. “아, 안돼요, 안돼요! 2인분의 차를 탈 거니까 찻잎도 딱 2인분에 맞는 양만 집어넣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너무 떫거나 맛이 옅어져요! 그럼, 이번엔 찻잎을 넣은 주전자에 잘 끓어서 거품이 둥실둥실 떠오른 물을 재빨리 붓는 거예요. 컵은 보통 미리 데워 두는 게 좋다고 해요. 그렇지만 뜨거운 걸 잘 못 먹는 사람도 있으니까 그건 각자 취향에 맞추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런가? 그럼 미스 발리에르의 취향에 관해서 물어봐야겠구나.” 시에스타의 지시에 따라 양은 여전히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차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아침식사의 뒷정리를 마치고 점심식사 준비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휴식시간에, 주방에서 젊은 아가씨와 단 둘이 앉아 차를 타는 법을 배우고 있다니. 자기의 이런 모습을 포플런이나 쇤코프가 보기라도 한다면 뭐라고 놀려댈지 속으로 생각만 해도 쓴웃음이 나온다. 언제 올지도, 정말로 올지도 알 수 없는 구조대 중에 혹시나 아텐보로나 이젤론의 고위 사관들이 섞여있지 않기를, 사치스러운 소원이라는 걸 알면서도 빌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 부정한 바람을 마음에 품은 채 시에스타가 직접 전수해준 방법대로 차를 두 잔 만들었다. 둘이서 입에 댄 그 차는 양의 사치스러운 소원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조금은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전히 맛은 별로였지만. “음… 나는 재능이 없는 모양이네.” “그렇지 않아요! 처음보다는 훨씬 나아졌잖아요. 연습하면 분명 맛있는 차를 탈 수 있을 거예요!” 맛없는 차를 마시고도 열심히 그를 격려해주는 시에스타의 모습에 양은 조금 기뻤고, 동시에 조금 부끄럽기도 해서 머리를 긁적이고 말았다. “알았어, 힘내 볼게. 빨래나 청소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로 배우지 않으면 안 되겠네.” “네! 저라도 괜찮으시다면 가르쳐 드릴게요. 함께 노력해보죠!” 검은 머리의 주근깨 소녀는 작지만 기운 넘치는 승리의 포즈를 취했다. 군대에서 산전 수전 다 겪어본 노련한 사람들과 서로 속이고, 숨겨진 수를 읽어내고, 서로 죽이려고 기를 써야 했던 양에게 시에스타의 그 모습은, 마치 마음 속이 청춘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각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아니, 그 시절에는 여자랑 연이 없었으니까 30대에 접어들어서 처음 맞이하는 청춘일까? “구조대가 올지 안 올지 모르겠지만, 얼마 간은 그냥 여기에서 지내 볼까.” 할케기니아의 좋은 점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하는 양이었다. 그 날 점심시간, 학원의 보물 창고.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보물창고는 본탑 원장실의 바로 아래에 있다. 원장이 숨겨놓은 비장의 보물부터 온갖 잡동사니까지 이런 저런 물건이 보관된 거대한 철문의 열쇠는 올드 오스만이 관리하고 있었다. 그 문이 지금 열려 롱빌과 몇 명인가의 교사들이 안에서 하나의 케이스를 둘러싸고 수근 대고 있었다. 긴 검은 머리에 새까만 로브를 몸에 두른 음울한 분위기의 젊은 남자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게, 그 도끼인가…” 보라색 로브를 걸친 중년 여성, 예전에 루이즈의 마법이 폭발하는 바람에 멀리 날아가 버렸던 미세스 슈브르즈가 도끼에 지팡이를 들이댄다. “이건 정말로 틀림없는 다이아몬드군요. … 아니, 기다리십시오. 이건… 너무 대단합니다! 다이아보다도 충격에 강하니, 이거라면 분명 무기로서도 사용할 수 있겠군요!” 주변에서 ‘다이아보다 단단하다는 건가?!’ ‘믿을 수가 없군’ 등의 탄성이 흘러나온다. 다른 교사들도 마치 홀린 듯 도끼를 마법으로 조사하고 강도를 확인하고는 날 부분만 따로 빼 볼 수 없을까 하고 낑낑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스만과 콜베르가 그랬던 것처럼 무서울 정도로 단단하다는 사실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다. 롱빌이 ‘팡팡’ 소리를 내며 손뼉을 쳐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끈다. “자, 자, 여러분. 점심시간도 이제 곧 끝입니다. 이제 보물 창고의 문을 닫을 테니 나가 주세요.” 교사들은 마지못해 보물 창고에서 나갔다. 하지만 도끼의 케이스에 자물쇠를 채운 롱빌이 밖으로 나오지 않는 걸 미세스 슈브르즈가 알아차렸다. “미스 롱빌은 나오지 않나요?” “네. 전 보물 창고의 목록을 만들려고요. 오랜만에 보물 창고에 왔으니 이 기회에 해둬야죠.” 비서는 교사들이 모두 나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보물 창고의 문을 닫았다. 창문도 없이 깜깜한 보물 창고 안에서 마법의 빛이 새어 나온다. 아무도 없는 창고에는 알 수 없는 보물과 잡동사니들이 죽 늘어서 있다. 그녀는 그것들을 곁눈질로 흘깃 보고는 커다란 케이스 앞에 섰다. 케이스를 열자 금속제의 통인지 항아리인지 모를 물건이 들어 있었다. 높이는 1미터 정도. 케이스에는 그 물건의 이름표가 붙어있다. 이름표를 읽어본 롱빌은, 악의가 명백히 드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이게 원장이 숨겨놓은 『파괴의 항아리』 인가?” 입가 가장자리를 치켜 올리며 마법의 빛을 가까이 비춰 표면에 그려진 문양을 뜯어본다. “흐음, 못 읽겠네. 어느 나라의 물건일까?” 문득 시선을 옆으로 돌리니 로젠리터의 도끼가 들어있는 케이스가 보인다. 그녀의 머릿속에 머나먼 이국에서 소환된 개운찮은 남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옷이나 소지품에 쓰여 있던 문자 비슷한 것들도. 그녀가 기억하는 그 문자와 눈앞의 『파괴의 항아리』 에 쓰여 있는 문자를 불에 비춰 대조해 본다. “… 혹시, 그 녀석이라면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이번에는 보물 창고를 둘러싼 벽을 조사해 본다. 시험 삼아 벽에 『연금』 의 마법을 걸어보았으나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가볍게 지팡이로 건드리자 둔탁한 소리가 되돌아온다. 그리고 손으로 직접 벽을 만져보고, 벽의 두께나 재질을 살펴보았다. “이건 안되겠네. 『고정화』 이외의 마법은 걸려 있지 않지만, 내 골렘으로 후려친다고 해도 부서지지 않을 만한 강도야. 미리 상처를 내거나 틈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지만… 그런 건 불가능하겠지.” 롱빌은 보물 창고를 한번 가볍게 둘러보고는 낙심하여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리고 종이와 펜을 꺼내 이번에는 정말로 보물 창고의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입에선, 적어가고 있는 보물의 목록과는 다른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원장이 숨겨놓은 비장의 보물 『파괴의 항아리』 라, 갖고 싶은 걸… 하지만, 내 골렘의 완력으로는 무린가. 지금 바로 훔친다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서는 『제가 범인입니다』 하고 말하는 꼴이니까. 뭐, 안에 들어올 구실은 생겼고, 밤에는 당직을 맡은 교사들도 잠이나 처자고 있을 테니 초조해할 필요는 없겠지. 훔칠 방법을 차근차근 생각해보도록 할까. 그건 그렇고, 아깝네. 매직 아이템은 아니지만, 양의 도끼는 이 항아리보다도 훨씬 가치가 있을 것 같으니. 아아~ 아까워. 그 녀석이 귀족이었으면 사양 않고 가져갔을 텐데…”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양의 얼굴이 떠오른다. 고위 군인인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속셈도 없는 듯한, 느긋하고 온화한… 아니, 방금 전까지 자다가 깨어나기라도 한 듯이 긴장감 없는 얼굴이. 갑자기 자기의 얼굴에서도 그 얼굴과 비슷할 정도로 긴장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당황한 롱빌은 황급히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댔다. 그 때,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다시 서둘러서 성실하게 목록을 만드는 척 한다. “미스 롱빌인가?” 문을 연 사람은 오스만이었다. “어머, 올드 오스만. 무슨 일이신가요?” “그냥, 점심시간이 끝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아서 어떻게 된 건지 보러 왔지.” 오스만은 말을 하면서 롱빌에게 걸어왔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실은, 보물 창고의 목록을 만들어볼까 해서요.” “오오, 그런가 그런가. 변함없이 열심히 일하는구먼!” “그리고 원장님께서는 변함없이 밝히시는군요!” 비서의 엉덩이를 만지던 오스만은 롱빌의 구두 굽에 맞아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날 밤, 루이즈의 방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고 루이즈는 깜짝 놀라 엄청나게 소리를 질렀다. “우와앗!? 아버님께서 벌써 답장을 보내셨어! 오늘 아침에 편지를 보냈는데 빠르기도 하네.” “헤에~ 공작 정도 되면 꽤 바쁘실 것 같은데 대단하네. 네 편지를 받고서 무척이나 기뻐하신 모양이야.” 서둘러서 봉투를 뜯어 편지를 읽어본 루이즈는 더더욱 놀라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말았다. “에에~? 왜 이러시는 거지? 내일 저녁, 왕궁에 그 도끼를 갖고 오라시는데!?” 두 사람은 얼굴을 마주보았다. 다그에의 요일, 방과 후. 학교 정문에 선 루이즈와 양의 앞에 왕궁에서 보낸 마차 한 대가 다가왔다. 그리고 두 사람의 뒤에는 도끼가 들어있는 케이스를 손에 든 롱빌도 있었다. “고맙습니다, 미스 롱빌. 그럼 가져가겠습니다.” 양이 롱빌이 둔 케이스에 손을 뻗자 그녀는 정중하게 고개를 옆으로 저었다. “아뇨, 아뇨. 이 물건은 어떤 연유에서든 제가 열쇠를 보관하고 관리하고 있던 것이니, 왕궁까지 확실하게 지켜 드리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루이즈는 이상하다는 듯 롱빌을 쳐다본다. “저기, 미스 롱빌. 당신은 비서 일도 바쁘실 텐데…” 부드럽게 거절하려던 루이즈를, 비서는 조용히 오른손으로 저지했다. “죄송합니다만 이 도끼의 가치는 보석으로서도, 연구 소재로서도 지극히 엄청난 물건입니다. 그 변태 할… 에헴! 오스만 씨와 미스터 콜베르의 예도 있습니다. 또, 최근에는 『흙더미의 푸케』 가 날뛰고 있기도 하니 확실하게 왕궁까지 보호하겠습니다.” 루이즈와 양은 왠지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도끼의 가치를 생각하면 분명 호위도 없이 달랑 마차 한 대로 운반하는 건 좀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롱빌이 함께 가는 것에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았다. 마차는 해지는 초원을 지나 트리스타니아로 향했다. 처음으로 도시에 와본 양은 누가 봐도 뻔히 알 수 있을 만큼 설레고 있었다. 계속 창문에서 마차의 진행방향을 눈 여겨 보고 있었으니까. 옆에 앉은 루이즈는 그런 양을 「꼴사납잖아. 가만히 좀 있어!」 하고 달래 보지만 별로 효과는 없었다. 그들의 앞자리에 앉은 롱빌은 도끼가 든 케이스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조용히 있었다. “저기, 미스 발리에르. 해가 질 때까지 도시에 도착할 수 있는 거야? … 아차, 어험.” 너무 들떠서 눈앞에 롱빌이 있는데도 존댓말을 쓰는 걸 잊고 있었다. 당황해서 기침을 하고 다시 말하려 하는 양에게 롱빌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두 분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제 앞에선 조심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롱빌의 배려에 양은 황송해했다. 루이즈는 부끄러운 듯이 눈을 내리뜬다. 조금 전의 사태를 무마하기 위해 양은 롱빌에게 물어보았다. “그런데, 아까 말씀하셨던 『흙더미의 푸케』 란 뭔가요?” “그 이야기 말이시군요. 성까지는 아직 조금 더 걸릴 듯하니 여기에서 말씀을 드리죠.” 롱빌과 루이즈는 트리스테인의 귀족들을 공포에 빠뜨린 괴도(怪盜)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흙더미의 푸케』. 최근 트리스테인을 어지럽히는 신출귀몰한 대 괴도의 이름이다. 흙 계통의 트라이앵글 클래스 메이지라는 소문이고, 『고정화』 된 벽과 금고를 『연금』 을 사용해 흙으로 바꾸어 버린다. 또한, 30미터나 되는 골렘을 조종하여 백주대낮에 당당하게 왕립 은행을 습격한 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밤중을 틈타 능란한 솜씨로 보물을 훔치기도 한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려져 있지 않고, 행동에 어떤 규칙이 있는지도 알 수 없어, 전원 마법사로 구성된 근위대 조차도 이리저리 휘둘릴 뿐이다. 그리고 범행장소에는 반드시 『비장의 ○○, 확실하게 받아갑니다. 흙더미의 푸케』 라고 웃기지도 않는 흔적을 남긴다. 기본적으로 푸케가 노리는 건, 귀족이 가진 강력한 마법이 부여된 매직아이템이라고 한다. “매직 아이템을 노린다면 그 도끼는 범행 대상에서 벗어나겠군요? 그리고 전 귀족이 아니니.” 그런 질문을 하는 양에게 루이즈는 질렸다는 표정을 짓는다. “멍청하긴. 마력은 들어있지 않아도 그 도끼엔 월등한 가치가 있잖아. 이 정도의 물건이라면 분명히 노리고 있겠지. 그리고 넌 내 사역마잖아. 그러니까 귀족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할지도 몰라.” 루이즈의 의견에 롱빌도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지요. 저 혼자선 조금 역부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반드시 두 분과 도끼를 왕궁까지 지켜드리겠습니다.” 자신을 가지고 가슴을 펴며 말하는 롱빌을 보고 양은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꼈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어둑어둑해진 초원 저편에 있는 트리스타니아의 등불이 보이기 시작했다. 양은 인생의 대부분을 우주에서 보냈다. 소년 시절에는 열 여섯이 되기 직전까지 아버지와 함께 행성 사이를 오가는 상선에 타고 온갖 별을 돌아다녔다. 사관학교 시절이나 군대에 있을 때는 지상 근무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동맹과 제국의 전쟁은 대부분이 우주공간에서 이뤄진 함대전이였기 때문에, 배에 타고 우주를 돌아다닌 시간이 더 길다. 그래서 「이젤론 요새 사령관 겸 이젤론 주둔 함대사령관 겸 동맹군 최고 막료회의 의원」 이라는 지위로 이젤론 요새에 부임했고, 몇 번인가 그 요새를 탈환한 적도 있었다. 다시 말해 양은 땅 위에서 생활한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하물며 애완동물 이외의 생물이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세계의 도시 같은 건 책에서밖에 본 적이 없다. 그는 우주에서 과학에 둘러싸여 살아왔으니까. 그러니 그가 이렇게 들뜬 것도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우와~!! 대단하다, 횃불이야! 진짜로 불을 붙여서 등으로 쓰는구나! 불빛은 전부 마법으로 해결하는 줄 알았어. 어? 저기 보이는 건… 나귀다! 멋지구나… 거리에 나귀가 돌아다닐 줄이야! 오오, 저건! 사람이 짐수레를 끌고 있어! 짐은… 본 적 없는 야채군. 그것도 흙이 묻은 야채야!! 그건 그렇고 뭐 이리 길이 좁지? 아, 맞다. 성에 적이 바로 침입하기 어렵게 좁고 구불구불하게 미로처럼 만들어 놓은 거구나. 어? 길가에 떨어져있는 저건… 말똥인가? 하하하, 그렇겠지. 동물이 있으면 당연한 일이지. 그래도 냄새는 심하네. 위생상태는 빈말로도 좋다고는 못하겠는걸.” 하얀 석조의 성 아래에 있는 마을 트리스타니아에 들어가자 마자 양은 어린애처럼 마차 창문에 착 달라붙어서 계속 흥분하고 있었다. 아무튼 양이 보기에는 수많은 역사서에 기재된 고대 지구의 풍경이, 테마파크가 아닌 진짜 중세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으니까. 역사가 지망이었던 양에게 있어선 이미 천국과도 같은 세계였다. 그와는 반대로 여성 2인조가 보기에 이 상황은 한 마디로 지옥이었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성인 남성이 어린아이처럼 신이 나서 떠들고 있으니. 그것도 자기들에게는 익숙한, 도무지 어디가 재미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풍경을 보고는 환호하고 있으니 즐거울 리가 없는 것이다. 마차 앞에서도 억지로 웃음을 참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부는 죽을 힘을 다해 웃음을 참고 있으리라. 루이즈가 팔꿈치로 양을 찌른다. “야, 너… 창피하잖아! 좀 진정하라고!” 옆구리를 찔린 양은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런, 미안. 너무 들떠있었네. 조심할… 우와!! 믿을 수가 없어! 저건 모피 가게!? 처음 봤네. 동물의 가죽을, 저기… 무두질하고 있는 걸까? 이야~! 저런 식으로 하는 거구나.” 정신을 차리자 마자 금새 길가에 늘어선 가게에 눈길이 꽂힌다. 양은 방금 루이즈가 뭐라고 한 것도 잊어버리고는 마차 창문에서 몸을 내밀려 했다. 콱! 루이즈는 양의 힘을 있는 힘껏 밟았다. 소리도 내지 못한 채 밟힌 발을 얼싸안고 괴로워하는 양을 보며 롱빌도 큭큭거리며 웃고 만다. 브루돈네의 큰 거리를 지나 다리를 건너 대 저택의 문을 빠져 나와 큰 성문을 통과한 마차는 트리스테인 성에 도착했다. 루이즈와 양, 그리고 케이스를 손에 든 롱빌은 성 안의 한 방으로 안내를 받았다. 왕궁이라는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호화로운 방 안에선 초로의 남성과 20대의 여성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오오, 루이즈. 오랜만이로구나.” “아버님! 건강해 보이시니 마음이 놓입니다!” 그렇게 말한 루이즈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왕궁인가요? 별채가 있는데.” “실은 왕궁에 용무가 있어서 말이지. 겸사겸사 그렇게 됐구나.” 루이즈가 키스를 한 건 발리에르 공작이었다. 쉰을 넘어 흰 머리가 섞인 블론드와 콧수염, 왼쪽 눈에는 안경을 쓴, 날카로운 눈빛을 가진 초로의 남성이었다. 왕족에도 뒤지지 않을 법한 호화로운 의상을 몸에 걸친 이 사람이 바로 루이즈의 아버지이다. “그리고… 저기, 오랜만에 뵙습니다. 언니.” 그리고 또 한 사람은 아름다운 긴 금발머리를 지닌 키가 큰 여성이었다. 루이즈의 고집 센 부분만을 모두 모아서 꾹꾹 눌러 담아 발효시키면 아마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 안경 너머로 노려보는 시선에 루이즈는 잔뜩 위축되고 있었다. “오랜만이구나, 꼬맹이. 그럼 말했던 물건을 볼 수 있을까?” 갑자기 본론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태도에 루이즈는 겁을 먹고는 주눅이 들어 버린다. “저, 저어, 언니… 재회의 입맞춤 정도는…” “필요 없어. 난 아카데미의 수석 연구원 일로 바쁘거든. 그런 나를 일일이 불러내서까지 팔고 싶은 물건이 있다고? 어떤 물건인지 기대되는구나. 빨리 꺼내봐!” “잠깐, 엘레오놀. 그렇게 서두르지 말고…” 어떻게든 딸을 만류하려는 공작을 엘레오놀은 ‘찌릿!’ 하고 노려보았다. 입이라도 열면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에 루이즈도 쩔쩔매고 있다. 문 앞으로 물러서 있던 양과 롱빌은 얼굴을 마주보고는 어깨를 늘어뜨리고 만다. “거기 있는 평민!” 느닷없이 ‘평민’ 이라고 자기를 부르는 바람에 양은 순간적으로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상당히 특이한 모습인데, 당신이 루이즈가 소환했다는 다른 나라에서 온 평민인가?” 양은 자유행성동맹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하얀 별 마크가 들어간 검은 베레모, 옷깃에 아이보리 화이트 색의 스카프를 찔러 넣은 검은 점퍼, 그리고 스카프와 같은 색의 평상복 바지에 검은 단화. 자유행성동맹에서는 평범한 군복이었지만, 당연히 할케기니아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복장이다. “네. 양 웬리라고 합니다. 발리에르 가 장녀이신 엘레오놀 님이시군요. 처음 뵙겠습니다.” 양은 공손하게 절을 올렸지만 엘레오놀은 ‘흥’ 하고, 하찮은 물건이라도 보는 것처럼 양을 내려다볼 뿐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평민이라고는 해도 예의 없는 태도에 옆에서 보고 있던 롱빌도 눈살을 찌푸린다. 그러나 특별히 불만을 말하지는 않고, 양의 재촉하는 시선에 담담하게 케이스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도끼를 꺼냈다. 그 순간, 공작도 엘레오놀도 숨을 죽이고 말았다. 그들의 시선은 다이아몬드로 이루어진 도끼의 날에 박힌 채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럼, 분명히 도끼를 전해드렸으니 전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롱빌은 등을 돌렸다. 문고리에 손을 대는 비서에게 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스 롱빌, 벌써 돌아가시는 겁니까? 이런 밤중에는 역마차도 없을 텐데…” “걱정 마세요. 마을의 아는 사람 집에서 하루 묵고, 내일 아침 첫 마차로 학원에 돌아갈 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롱빌은 방에서 나갔다. 방에는 루이즈와 양, 그리고 도끼를 손에 들고 뚫어지게 바라보는 공작과 엘레오놀이 남았다. 발리에르 가의 부녀는 학원에서 교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도끼의 재질과 강도를 확인하고, ‘다이아로 된 날 부분을 분리할 수 없을까’ 하고 생각해낸 방법과 마법을 이것저것 시험해 본다. 물론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을 만큼 튼튼함」 이란 결론에 도달했다. 엘레오놀은 공작이 손에 쥔 도끼의 날 부분에 매료되고 말았다. “멋져… 아카데미에 가지고 가 반드시 날을 본체에서 분리해 보이겠어요!” 도끼를 불빛에 비추어 보면서 공작도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부탁하마, 엘레오놀. 이 정도의 다이아가 있다면 공주 마마의 결혼식에 눈이 부실 정도의 보석으로 웨딩드레스를 장식하고, 발리에르의 이름을 널리 떨칠 수 있겠지.” 공주 마마의 결혼식이라는 말을 들은 루이즈는 깜짝 놀라 ‘네!?’ 하고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기겁을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뜬 루이즈를 본 공작은 기침을 몇 번 하고는 이야기를 꺼낸다. “그런가. 아직 루이즈는 몰랐던 모양이구나. 실은 공주 마마께서 게르마니아의 알브레히트 3세에게 시집을 가시게 되었단다.” “게르마니아라고요!?” 루이즈의 놀라움은 한층 더해져 또 한번 눈이 동그래진다. “어째서인가요!? 어째서 그런 전통도 없는 녀석들의 나라에!!” “게르마니아와 동맹을 맺기 위해서지요.” 느닷없이 문가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엔 호사스런 드레스를 몸에 걸치고 왕관을 머리에 쓴, 풍만한 여성이 서 있었다. “실례. 몇 번이나 노크를 했습니다만 대답이 없으셔서, 멋대로 들어왔습니다.” “이런, 이런 마리안느 님. 폐하께서 오시는 줄도 몰랐다니, 실례했습니다.” 그렇게 말한 공작은 마리안느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엘레오놀도 루이즈도 정중히 무릎을 꿇는다. 따라서 양도 그들의 뒤로 물러서 무릎을 꿇었다. 마리안느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방 안으로 들어온 마리안느 역시 당연하다는 듯이 도끼에 시선이 멈추었다. “호오… 이게 소문의… 과연. 이거라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종류의 왕관이나 목걸이를 만들 수 있겠군요.” 공작도 자랑스러운 듯 도끼를 마리안느에게 건넨다. “하하. 과연 폐하십니다. 귀가 밝으시군요. 거 참, 결혼식 날까지 비밀로 해 두었다가 폐하와 공주 마마를 놀라게 해 드리려고 했습니다만.” “호호호, 그건 기쁘군요. 하지만, 이 정도로 거대한 다이아를 가진 평민이 사역마로서 소환되었다고 한다면, 소문이 질풍처럼 빠르게 돌아다녀도 어쩔 수 없는 것. 듣고 싶지 않아도 귀에 들어오는 법이죠.” 그녀도 만족했는지 다이아로 된 도끼 날을 빛에 비추어보고 있다. 그리고 마리안느는 공작의 뒤에 서 있던 양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래서, 먼 이국의 땅에서 소환된 평민 사역마여. 이 물건의 이름은 뭐라고 하는가? 자네는 어디에서 왔는가? 엘레오놀이 깜짝 놀라 그들 사이에 끼어들려 했다. “폐, 폐하! 천한 평민에게 직접 말을 거실 것 까진…” 하지만 마리안느는 엘레오놀의 말을 손을 들어 막았다. “알비온에서 벌어진 내전도 반란군 레콘 키스타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지금, 게르마니아와의 군사 동맹은 트리스테인의 방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내 딸인 앙리에타도 게르마니아에 시집을 가는 것이고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나라라고 해도 힘이 있으니까요. 그 나라에서는 평민도 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공주는 마자리니와 함께 게르마니아에 가 있습니다. 그러니 나도, 마법을 쓰지 못하는 평민이라고 해서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 말에 엘레오놀도 공작도, 벌레라도 씹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이론을 제기하지는 못했다. 루이즈도 조금 눈살을 찌푸렸지만, 동시에 양을 인정해주었다는 사실이 기쁜 것 같기도 하다. 양도 여왕의 말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 양 웬리라고 합니다. 프리 플래닛 (자유행성동맹) 에서 소환되었습니다.” “프리 플래닛?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군요.” 여왕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할케기니아와는 아무런 교류가 없는, 아득히 먼 곳에 있는 나라입니다. 아마 과거에 두 세계의 사람들이 만났던 일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까. 참으로 먼 곳에서 왔군요. 양 웬리라고 했지요? 그대가 가져온 도끼, 트리스테인에서 구입하도록 하지요. 대금은 충분한 액수를 공작에게 보내도록 하겠습니다만, 만족합니까?” “네,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양은 소년 시절 보았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상인다운 깊은 예를 올렸다. 여왕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공작에게 가볍게 인사한 후 방을 나섰다. “전 급히 아카데미로 돌아가, 이 도끼에서 날을 떼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엘레오놀도 방에서 뛰쳐나갔다. 공작은 소파에 편히 앉고서는 아직 루이즈와 양이 남아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한숨을 쉬었다. “후우~ 어떻게 엘레오놀의 기분이 풀린 것 같아 다행이군. 일부러 왕궁까지 불러내서 기분 전환을 시킨 보람이 있었어.” 그 말에 루이즈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양은 처음부터 날이 잔뜩 선 듯 했던 엘레오놀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다. 공작은 괴로운 듯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실은 말이지. 엘레오놀과 바간디 백작과의 약혼이 무산되고 말았단다…” 루이즈는 아버지가 지금 한 말이 오늘 있었던 여러 가지 일 중에서도 가장 놀랍다고 생각했다. 말 그대로 눈을 희번뜩거리고 말았다. “야, 약혼!? 언니가 약혼했었나요!? 그것도, 혼담이 깨졌다니…” “바간디 백작의 말로는 『이제 한계』 라는 모양이다… 아니, 묻지 말아다오. 루이즈. 이 이상은 묻지 말아다오…” 신음하는 듯 중얼거리는 공작의 모습은, 양이 보기엔 순간적으로 10년은 늙은 것 같았다. 한동안 큰 한숨만 쉬어댄 후, 겨우 백작은 양에게 눈길을 주었다. “그건 그렇고, 양 웬리라고 했던가? 장하도다. 마마의 말씀대로 트리스테인에서 대금을 지불할 걸세. 허나, 액수가 액수인 만큼 쉽게 움직일 돈은 아니겠지. 만약 금화로 환산한다면 마차 한 대 정도에는 실을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울 테니 말일세. 대금은 조금씩 떼어서 매달 보내주는 것이 피차 편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지금은 목돈이 필요합니다.” 양은 깊이 공작에게 예를 표하며 현금으로 줄 것을 요청했다. “제가 빈사의 상태로 소환되었기 때문에 루이즈 님께서 제 치료비를 대신 지불해 주셨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액수를 가능한 한 빨리 루이즈 님께 드리고 싶습니다.” 그 말을 듣고는 공작은 납득했는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두 사람은 지하의 별채에 오도록 하게. 충분한 액수가 준비되어 있으니 세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금이라도 자네의 주인에게 주도록 하지.” 루이즈도 양도 기쁜 마음을 미처 다 감추지 못하고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두 사람의 기쁜 얼굴은 곧 경악과 불안으로 바뀌었다. 공작은 더욱 늙어버린 듯하다. 세 사람의 마차가 성문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둠 속에서 엘레오놀의 마차가 발견된 것이다. 몇 대인가의 마차가 조각조각이 되어, 흔적도 찾을 수 없을 만큼 부서져 있었다. 주변에 산산이 흩어진 파편 속에 마부와 메이드와 엘레오놀이 쓰러져 있다. 그리고 아득히 먼 곳에는 달빛에 비추어진 거대한 인형이 땅울림과 함께 사라지는 모습이 보였다. 거대한 골렘이었다. 물론 마차의 파편 속에 도끼가 들어 있던 케이스는 보이지 않았다. 4화 : 흙더미의 푸케 END
|
카테고리
이글루 파인더
이전 블로그
태그
핸콕
제로인제독
나다니엘호손
은하영웅전설
원티드
히스레저
롱빌
국밥전문점에서7만2천원
양웬리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
페르소나4
송강호
마이클케인
제로의사역마
주홍글씨
다크나이트
아론애크하트
JPT
배트맨
이병헌
정우성
모건프리만
공지사항
크리스찬베일
여러분달리세요
게리올드만
프레데리커
프린세스러버
덤벼라세상아
조커
테이블
![]() "편하면 쉬다 가세요." NOTICE 링크는 자유입니다. 어서 오세요. Happy Room 최근 등록된 덧글
그러고보니 제로의 사역..
by 리사 at 13:28 연재중단인가요 흑흑 by 리네카스 at 08/19 히스 레저의 조커연기가.. by 77746 at 08/15 비긴즈 보다 훨씬 재밌어.. by redcho at 08/14 영화를 보고 있는 내내 .. by 리오네스 at 08/14 쩝. 7일 오후 6시라고 하.. by 재미만땅 at 08/12 조커,배트맨 커플에 .. by 현상 at 08/11 꾸벅 꾸벅 안녕하세요 .. by 아모 at 08/11 저는 다크 나이트를 마성.. by 바보이반 at 08/11 앙리에타를 씹는다라.... by 까는사람 at 08/08 최근 등록된 트랙백
MARVEL MOVIES : 인..
by 잠보니스틱스 Diary/타이의대모험개정판 by GyparkWiki 페르소나3 문답 by RNarsis의 다락방 [인간관]꼭두각시 인형.. by ksm7279 <아시안비트> 롤러코스.. by asianbeat 빨간 고무공의 법칙 by so cooooool ~~ 007 카지노 로얄 by 잠보니스틱스 포프의 대모험 by 玄武 서식지 2호 자이언트 로보, 새로운.. by 잠보니스틱스 이글루 피플 30문답. 시.. by 스레스레의 잡담가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