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해상도의 세계, 그리고 좌절.

전역을 기다리는 문희준처럼 자나깨나 오매불망하던 변태씨의 24인치 모니터를 입수.
덤으로 오랜만에 국밥전문점에 들른 김에 HDMI 단자 & PS2용 컴포넌트 케이블, 그리고 시속 180미터 DVD를 구입.
신해성 선생의 행보는 나름 주목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코드 3 DVD가 나온지도 몰랐구나. 하긴 DVD에 관심 끊은 게 언제던가..

큰 모니터를 사서 큰 인물이 된듯한 착각에 빠진 건 좋은데 하루가 지나 보니 뭔가 허전함을 발견.
그 허전함의 근원이 무엇인고 하면 바로,


'HD를 지원하는 모니터를 샀는데 HD급의 소스가 없다'


는 것이다.

이 모니터의 최고 해상도는 1920 x 1200.
눈보신용 소스로 구입해온 시속 180미터를 PS2에 넣고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아름답게 깨지는 도트들이 내 마음을 갈갈이 찢어놓는 듯하다.

결국 PC에 물려서 네로 쇼타임으로 돌려보니 소프트웨어 보정이라도 들어가는지 훨씬 나아지긴 하지만,
김성모님 말씀처럼 '이... 이거!!' 하고 깜짝 놀랄만한 'HD만의 뭔가' 는 발견할 수 없었다. 하긴 DVD 해상도에 뭘 바라겠냐만.

컴포넌트 단자로 연결한 PS2는 한술 더 뜬다.
예전부터 LCD와 PS2는 궁합이 최악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지만 설마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게임에 따라 편차가 좀 있지만, 대부분은 예전에 쓰던 7만원짜리 고물 TV의 화질이 더 낫지 않나 싶은 수준.
그나마 좀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는 게 슈로대 왕자들이랑 페이트인데 이 두 타이틀 빼고는 완전 좌절 모드다.
뭐랄까, 버파 2를 하다가 버파 1을 하는 느낌이라고 하면 좀 오버일까?
예전의 그 TV는 AV단자로 연결한 거였고 이쪽은 컴포넌트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 보면 도무지 답이 없음.

마음에 상처를 받은 나는 HD급의 소스를 구하기 위해 광대한 넷을 돌아다녔다.
가끔 [시속 180미터 블루레이] 라고 써있는 파일들이 보이기도 했지만, 너무나도 무서운 용량을 보고 송사리처럼 움츠러들었다.
결국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1080p의 내쇼널 지오그래픽 영상을 구해서 틀어 보았더니,


블루 스크린이 떴다.


씁, 어쩔 수 없지 하고 재부팅 후 다시 한번 시도해 보았다.

이번에는 컴퓨터가 다운되었다.

문득 떠올랐다.
AMD 셈프론 뭐시기를 쓰던 시절, 1280 x 720 해상도의 동영상을 돌리면 캐릭터의 입과 대사가 따로 놀던 시절.
애달픈 마음에 게이바에 질문을 올렸더니 '님의 컴퓨터가 후져서 그래효' 하는 심장을 찌르는 듯한 답이 돌아왔던 과거가.
그래서 다시 게이바에 질문하는 바보짓은 피할 수 있었다.

모니터를 끄고 잠시 동안 생각해 보았다.
괜찮아, 1080p 안보면 어떠냐, 어차피 파일이 있어도 돌리다가 CPU가 사망하잖아, 그냥 DVD로 만족하면 돼!
이렇게 속으로 열 번을 외치고 나니 DVD급 소스의 확대재생도 그럭저럭 참을만 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익플창을 켜고 PS3과 XBOX 360의 중고 매물가를 알아보고 있다.


HDMI 케이블은 쓸 일이 없었다. 왜냐면 그 단자 지원하는 기계가 나한테 없거든.
언젠가 집에 가져가서 메가TV에 연결할 때나 한번 써봐야겠다.
by 시대유감 | 2008/05/11 18:44 | 트랙백 | 덧글(18)
트랙백 주소 : http://coffeeshop.egloos.com/tb/175414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Ruri at 2008/05/11 19:02
지금은 대체 어떤 시퓨를 쓰시기에...
듀얼코어면 왠만한건 다 돌텐데요?

동영상에 관해서라면 플3가 최강이긴할겁니다... 게임이 할게 없어서 그렇지...
Commented by 알바트로스K at 2008/05/11 19:23
...........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간만에 올리신 글이 이런 ㅁ눈물나느 ㄴ글이면 어떡합니까 ㅠㅠㅠㅠ
Commented by 알트아이젠 at 2008/05/11 19:27
RPG게임에서 간신히 만렙만들고 마왕잡으로 쳐들어가는데,이미 다른이에의해 세계 평화가 이루어진꼴이군요.
아,리플은 잘 보이지만 이곳에 본문올라오는건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도박면상 at 2008/05/11 19:32
이것은 마치 반지는 샀는데 생각해보니 끼워줄 사람이 없는 상황?
()
Commented by 시북군 at 2008/05/11 19:56
그냥 속편하게 느긋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솔직히 현재의 풀HD 해상도는 고해상도 기술 전반으로 따지면 끽해야 입구정도에 불과하다보니...(게다가 현재의 기술사이클 생각해보면 당장 1~2년 뒤에 뭐가 또 새로 나올지도 모를 일이고)
Commented by 블루시드 at 2008/05/11 20:50
하나를 해결하니 다른 하나가 막히는 상황?!
Commented by JOSH at 2008/05/11 21:25
Commented by DSmk2 at 2008/05/11 23:50
플3이나 엑박을 살 돈이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만 -_-;;
Commented by yosuda at 2008/05/11 23:56
지름은 지름을 낳고;;;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8/05/12 00:50
Ruri님 / 플3, 너무나도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HDDVD 플레이어도 너무나 먼 당신인 현 상태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40기가는 PS2 호환이 안된다고 해서 좀 망설여지는데 이미 PS2가 있으니 별 상관은 없을까요.. CPU는 ULV입니다. 코어 2 듀오 U7600 1.2Ghz.

알바트로스K님 / 내가 울고 하늘이 울고 전미가 웁니다.

알트아이젠님 / 저도 댓글은 잘 안달지만 알트아이젠님의 SIC 콜렉션 사진을 기회가 있을때마다 보면서 군침을 흘리는 스토커짓을 하고 있습니다.

도박면상님 / 이... 이분이... 그렇게 슬픈 말씀을 하시면 마치 제 미래를 예언하시는 것 같지 말입니다. orz 나중에 진짜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반지를 샀는데 줄 상대가 없다던가 하는거 아닐까!?

시북군님 / 일단은 흐름을 본다.. 는 거군요. 그것도 좋겠습니다. 사실 저도 모니터가 더 싸질때까지 기다릴까 말까 하다가 결국 지른거니.

블루시드님 / 그렇다기 보다는 문제 하나를 해결하고 싶어서 연장을 샀는데 여전히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아 또 하나의 연장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JOSH님 / Wii의 정가는 2억 2천이군요. 이제 깨달았습니다.

DSmk2님 / 데스크탑이 아니라 노트북이고, 솔직히 노트북에 더 이상의 투자는 하고 싶지가 않아서요. 그냥 속편한 PS3이나 엑박360에 눈이 가고 있습니다. DOA나 아이돌마스터, DMC3 등의 타이틀도 군침 흐르는 원인이구요.

yosuda님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름!
Commented by 포립 at 2008/05/12 01:22
원래 HD급 동영상이 생각보다 사양을 많이 먹더군요;; 용량도 크고..
U7600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1.2기가면.. 처음 나올때 것을 사셨나 보네요;
사양이 안좋아도 버벅이기만 하지 블루 스크린이 뜨는 일은 없는데..
블루 스크린이 떳다는 얘기는 코덱이 꼬였거나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코덱 꼬이면 보통 통합코덱 제거&재설치를 하지만 이걸론 잘 안되고,
포맷밖에 답이 없죠(..)
다른 소스의 초속 5키로를 구해 보시는건 어떠세요? 그러면 다운 안 될지도..
Commented by 리오네스 at 2008/05/12 02:01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저도 곧 PC를 장만할텐데 여러가지를 생각해봐야겠네요.
Commented by Ruri at 2008/05/12 10:04
아무리 놋북이라고 듀얼 코어면 돌아갈겁니다...
코덱 어딘가에서 설정이 꼬인듯 합니다.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8/05/12 14:12
포립님 / 누가 블루레이 초속 5Cm 영상특전 중에서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뮤직비디오만 빼서 보여줄 사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그것만 봐도 눈보신은 제대로 할 것 같아요.

리오네스님 / 데탑이라면 그저 미칠듯한 고사양이 짱입니다. 아니면 그냥 관리 편한 노트북으로 고고씽.

Ruri님 / 오늘 또 돌려보니까 돌긴 도네요. 근데 이거 움직임이 적은 다큐 같은 건 별 문제가 없는데... 액션영화 돌려보니까 움직임이 격한 씬에서 프레임 씹히는 게 보입니다. 역시 시스템상으로 못 받쳐주거나 코덱에 문제가 있거나 하겠죠. 해결하기도 귀찮지만요. ;_;
Commented by 계란소년 at 2008/05/12 15:20
HD의 가슴아픈 현실을 접하셨군요.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8/05/12 20:50
계란소년님 / HD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넓은 집과 5.1ch 스피커 시스템, 그리고 PS3, XBOX360, 4X인치 이상의 LCD, 덤으로 HDMI 지원하는 IPTV 서비스 가입이 필수라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견적 때리면 몇억은 쉽게 나오겠군요.
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8/05/12 23:03
사실 대형 LCD 모니터에서 PS2 게임을 제대로 하려면 PS3에서 돌리는 수 밖에 없습니다. -ㅅ-

NOT DiGITAL
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8/05/13 14:53
NOT_DiGITAL님 / 대충 알아보니 업스캔 컨버터라는 물건을 이용하면 그럭저럭 괜찮아질 수 있다고 하길래 그걸 사볼까 생각중입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