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인 제독 26화 : 세계가 변하는 날 자주번역

“이제 우는 건 그 정도로 해두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서둘러서 생각해야지.”

롱빌의 말은 차가웠다.
허나, 사실이었다.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지금은 눈물 한 방울 흘릴 시간이 에큐 금화가 잔뜩 담긴 가죽주머니보다 가치가 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시에스타였다.

“여러분, 타르브로 가요! 얼마간 포도밭에 숨어서 조용히 지내면 될 거예요.”

그 의견에 롱빌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타르브는 트리스테인 안에 있잖아. 이제부터 알비온과 게르마니아에 짓밟힐 나라 따위에 있을 곳이 어디 있어.”

그 말을 듣고서야 시에스타는 사태가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는, 얼굴은 파랗게 질리고 입술을 양 손으로 덮고 말았다.
롱빌은 양이 있는 쪽을 보았다.

“모두 우리 마을로 가자. 이 판국에 할케기니아에 안전한 곳이라면 알비온 뿐이잖아? 티파도 기뻐할 거야.”

갑자기 세 사람 사이에 긴 지팡이가 끼어들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타바사가 어느새 바로 옆으로 다가와 있었다.


26화 : 세계가 변하는 날

제로인 제독 25화 : 그 무렵, 무대 뒤에서는 (後) 자주번역

이야기는 양이 총격을 당한 직후인 우주력 800년 6월 1일 오전 2시 55분, 빔 총으로 왼쪽 넓적다리의 동맥을 손상 당해 다량의 출혈을 일으킨 시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양이 로젠리터의 도끼에서 추리한 대로, 갑자기 거울에 빨려 들어가 소실되고 있는 양을 원래대로 돌려놓으려고 하다 실패한 이가 있었다. 그는 양과 함께 헤드가 소실된 도끼자루를 손에 들고 아연실색해 있었다.
그는 율리안 민츠 중위였다. 양의 피보호자이며, 양을 동경하여 군인의 길을 걷고 있던 18세의 젊은이. 로젠리터 대원은 아니었으나 양의 몸을 염려해 순항함 [레다 2] 호에 올라타 있었던 것이다.
현재 [레다 2] 호의 주위에는 동맹군 전함이 6척 존재하고 있다.

율리안은 눈 앞에서 벌어진 사태를 이해하려고 필사적으로 머릿속을 회전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스승인 양에게 가르침을 받고, 웬만한 사람 이상으로 총명한 그였지만 그래도 바로 조금 전 벌어진 이상현상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통로에 쓰러져 있던 양 웬리는 거울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 손에는 절단된 도끼의 자루, 블래스터는 제독과 함께 거울 저편으로, 복도에는 다량의 출혈이 빚어낸 피 웅덩이. 대체 저 거울은 무엇이었는가? 무슨 목적으로 제독을 빨아들인 것인가? 블래스터나 도끼의 헤드와 함께,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기억을 끄집어 내어 봐도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제독은 정말로 사망한 것일까? 잘 생각해 보니 호흡도, 맥박도 확인해 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기에 이르렀다. 그는 양이 유혈의 늪 속에서 잠든 듯이 한쪽 무릎을 세우고 주저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을 뿐이었다. 복도의 피는 아직까지도 식지 않았다. 치사량에 가까운 출혈이었지만, 서둘러서 수혈, 기도확보, 심장 마사지 등의 응급처치를 한다면 살아날 단계였을지도 모르지 않은가?
그렇다고 하면, 거울과도 같은 무언가가 양 제독을 빨아들인 것은…


유괴?

그래, 시체 따위를 데려가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양 제독은 살아있어야만, 그 두뇌를 발휘해야만 양 제독이니까. 그렇다면 이건 유괴임이 틀림없다! 그것도 듣도 보도 못한 기상천외한 방법의 유괴!
그것은 희망과 절망을 함께 갖춘 결론이었다. 양 웬리는 죽지 않았다. 하지만, 유괴당하고 말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황제 라인하르트와의 회견을 앞에 둔 이 중요한 시점에서!

그 무렵, 율리안의 등 뒤에는 제국군 군복을 입은 남자 대여섯 명이 접근해오고 있었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선 불운이기는 했으나, 동정할 가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양의 암살 같은 걸 획책하고 실행하지 않았다면, 양의 유괴범이라는 오해를 받을 일도 없었으리라. 그리고 유괴와 암살은 둘 다 말할 것도 없이 부끄러워해야 할 중범죄다.
 
또한 민츠 중위는 로젠리터 제 13대 연대장 발터 폰 쇤코프로부터 백병전 기술을 배워왔다. 이에 더해 그의 양아버지이자 스승인 양에게 위해를 가한 자들에게 이성과 타산을 가지고 대응하는 일이 가능할 정도로 미지근한 분노를, 살의를 그들에게 품고 있지는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시체의 산이 쌓아 올려졌다.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반쯤 죽여놓은 상태로 살려둔 한 명 만을 남겨두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율리안은 그와 마찬가지로 양의 구조를 위해 달려온 이들과 합류했다. 그리고 양이 거울에 빨려 들어가 사라졌다는 것, 습격자가 제국군이 아닌 지구교도였다는 것 등을 알려주었다.

격렬한 전투 끝에 가능한 한 많은 습격자를 생포하는데 성공했다.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양을 되찾기 위해서.


제로인 제독 25화 : 그 무렵, 무대 뒤에서는 (後)

타이탄의 분노 영화 이야기

본격 와우에서 파티 맺고 던전 도는 느낌을 현실에서 구현했던 명화, 타이탄의 속편이 나왔다길래 냉큼 보고 왔습니다.
타이탄을 처음 볼 때는 와우에 더럽혀지지 않은 순결한 몸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격변뉴비로 입문했다가 잔달라에서 접은 몸.
저는 포스터를 보았을 때부터 이번에는 대체 얼마나 흥미진진한 레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전반적으로 레이드의 스케일이 커졌습니다.
전작이 무작영던이었다면, 이번에는 10인 레이드랄까요? 단순히 보스몹의 덩치가 커진 것 뿐만 아니라 3D 효과도 탁월해서, 전작처럼 원래 2D로 찍었다 대충 3D 열풍 부니까 보정 좀 했음 ㅋ 하는 그런 수준은 확실히 벗어나 있습니다.
특히 최후반부의 라그나로스 레이드는 3D에 정말 잘 맞춰서 찍은 듯 합니다. 아바타 이후로 3D 돈값 한다 싶었던 영화는 드래곤 길들이기 정도였는데 이건 3D로 봐줄 만 합니다.

스토리는 다들 예상 하셨다시피 전작에서 무작영던 클리어로 템렙을 올린 페르세우스가 부인의 애절한 설득으로 생활이 없는 사람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하였으나, 며느리가 관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대책이 없는 게임폐인 아버지 제우스가 나타나 '당신은 정공 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 노래를 부르며 페르세우스를 꼬드겨 다시 와우계정 결제를 하게 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믿으셔도 좋습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왠지 파티에 잘 받아주지 않는 사냥꾼도 두 명이나 있고, 연륜의 공대장님도 계셔서 좀 더 레이드스런 분위기가 났던 전작보다 파티가 급격하게 축소되어 '이게 바로 와우 현실판임!' 같은 분위기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페르세우스, 안드로메다, 밥 말리 딱 3인 파티로 거의 끝까지 가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군과 컨트롤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너님은 손이 잭스네, 너님은 눈이 리신이네 하고 티격대는 인간 드라마를 보여줄 여지가 별로 없어요.

단, 전설의 공대원 헤파이스토스를 포섭하는 과정에서 공대에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혼쾌히 파티초청을 수락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대단했습니다.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와우의 현실을 완벽하게 대변하고 있어요. 물론 와우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 전반적으로 그런 기미가 있지만, 월드 와이드 웹의 W자도 안 나오는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정보사회의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파티 모아 던전 돌고 보스 잡는 MMORPG 스러운 분위기가 줄어든 대신, BL 성분이 초강화되었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전작에서부터 애증의 관계를 이어온 리암 니슨 제우스 x 랄프 파인즈 하데스 커플은 이제 혼인신고할 기세입니다. 후반부에 펼쳐지는 두 사람의 애정무쌍과 리암 니슨의 애정 듬뿍 담긴 탱킹 + 생존기 쿨타임으로 결국 눕고 마는 리암 니슨을 바라보는 랄프 파인즈의 뜨거운 눈빛은 BL에는 1g의 관심도 없는 제 마음도 순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열폭과 배다른 형제 속성에 꽃스러운 외모로 무장한 신캐릭터인 아레스와 이 바닥의 최신 트렌드를 따라 이렇게 귀여운 애가 여자일 리가 없다고 외치고 싶은 페르세우스의 아들 또한 어디에 섞어 놔도 공수양면 커플링을 너끈히 소화해 낼만한 꽃돌이들로 수많은 산삼과 부녀자 관객들의 지친 마음을 따스하게 달래줄 것입니다.

안드로메다는 전작에도 나왔었지만 이번에는 배우가 바뀌었고, 전작에서의 비중이 워낙 병풍이었던지라 이번에는 이미지 체인지를 시도한 모양이지만 앞서 언급한 '여자가 있는 공대' 선전을 통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한 것 이외의 어떤 활약도 하지 못합니다. 대신 그래도 헐리우드 영화라고 마지막에 밥 말리의 재촉으로 샘 워싱턴과의 키스씬을 한번 연출하기는 했으나, 눈썰미가 있는 관객이라면 아레스가 귀여운 조카에게 입맞춤을 하며 스스로의 페도필리아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애정 듬뿍 담긴 전음으로 대화하는 형제의 뜨거운 혼이 담긴 전투를 빙자한 포옹에서 훨씬 엄청난 화학적 로맨스 반응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으실 거라고 믿습니다. 

랄프 파인즈의 하데스는 결국 레이드를 발생시킨 흑막이니 처단해야 할 것 같지만, 다들 손잡고 커플링에 업적까지 뜬 상황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믿습니다. 그가 다음 레이드의 보스몹으로 출연해 형님을 부르며 조카의 무릎을 베고 뜨겁게 산화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커플링을 만들고 퇴장해줄 것을.

디지털과 3D 중에서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3D 효과가 꽤 괜찮은 축에 속하는 영화이기에 되도록 3D 쪽을 추천해 드립니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충분히 유쾌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팝콘무비로서 완성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적극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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